라방, 선택 아닌 필수...새 업태 자리
2025년 25조 성장 전망, 경쟁도 치열
라방에도 '혁신' 메타버스까지 가미
100억 판 라방, TV로 '금의환향'도
첫 전파를 탄 지 30년. 홈쇼핑은 서서히 TV와 거리를 두고 있는 중이다. 급변한 미디어시장으로 TV 시청자수는 줄었고, 이커머스의 성장은 홈쇼핑을 구식으로 만들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의 기로에 선 기업들은 득세하는 이커머스와 전통 유통채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더 이상 '홈쇼핑'이길 거부하는 'NEW 커머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방보경 인턴기자 = 라이브 커머스, 일명 '라방'은 홈쇼핑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관심있는 상품을 쇼호스트가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감상하고, 실시간 채팅창을 이용해 쌍방향 소통을 즐기며 정보를 얻는 새로운 쇼핑 형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TV에서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플랫폼의 변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자리 잡은 비대면 쇼핑과 같은 거대한 흐름을 타며 시장 규모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 및 전망 [사진=CJ온스타일] |
지난해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000억원 규모였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23년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2021) 조사에서는 2025년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를 25조원으로 내다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 예상했다.
현재 CJ온스타일은 '브티나는 생활', '엣지쇼' 등 자사 고유 콘텐츠 커머스 IP(지식재산권)를 적극 키우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4월 라이브 커머스 '샤피라이브'를 출범시켰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현대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에 '쇼(Show)핑라이브' 코너를 선보이며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경쟁이 격화되자 홈쇼핑 채널들은 라이브방송을 보다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확장에 힘쓰는 것이다. 라이브방송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유튜브 채널과 TV를 연계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GS샵의 라이브커머스 샤피라이브 촬영 모습 [사진=GS리테일] |
◆ 채팅창·시즌제 적극 활용…기존 틀 벗어난 홈쇼핑
홈쇼핑은 '라이브방송'이라는 플랫폼에 맞춰 소통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일례로 CJ온스타일의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 '엣지쇼'는 쌍방향 소통이라는 특성을 살려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들이 라디오를 듣듯 홈쇼핑을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엣지쇼'에서는 이솔지 쇼호스트와 애청자를 지칭하는 '모서리(엣지를 해석한 표현)'들이 활발하게 소통한다. 애청자와 쇼호스트가 패션, 반려동물, 다이어트 등에 대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고민을 해결하고, 필요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매 방식에 고객이 호응하며, 프로그램 론칭 이후 약 1년 간 누적 방송 시청 수는 총 2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일명 '모서리'들이 반복적으로 방송을 시청하면서다. 하루 최고 주문금액은 8억원에 달한다.
TV 프로그램 같은 시즌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엣지쇼'는 CJ온스타일 단독 패션 브랜드인 '더엣지(the AtG)'만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다양한 패션 브랜드 소개를 요청하며 시즌2부터 '더엣지'와 믹스앤매치하면 좋을 패션·잡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론칭한 시즌3 역시 카테고리와 외연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롯데홈쇼핑은 기존의 라디오나 TV 같은 매체를 넘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연내 라이브 커머스를 3차원 가상현실로 구현한 '메타라이브 스튜디오'를 론칭할 계획이다. '메타라이브 스튜디오'는 쇼핑에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성향을 반영해 아바타를 통해 상품과 브랜드를 체험하고 게임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할 예정이다.
TV홈쇼핑 채널로 '역진출'한 CJ온스타일의 '브티나는 생활' [사진=CJ온스타일] |
◆ TV 떠났던 라방, TV로 역진출하며 '금의환향'
홈쇼핑이 '탈TV'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타 플랫폼에서 성공해 TV로 돌아오는 사례도 나온다. TV, 모바일 등 플랫폼 전부를 아우르는 '원플랫폼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플랫폼 확장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CJ온스타일의 '브티나는 생활'이 있다. '브티나는 생활'은 지난 3월 CJ온스타일에서 출시한 디지털 콘텐츠 프로그램으로, CJ온스타일은 이를 고유 콘텐츠 커머스 지적재산권(IP)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초창기 유튜브 채널을 연계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라이브커머스 방송 전에 인포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협력사는 자사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기준 브티나는 생활의 누적 주문금액은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누적 시청자수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모바일에서 인기를 끌던 프로그램은 TV홈쇼핑 채널로 '역진출'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30분, TV와 모바일로 첫 동시 생방송을 펼친 것이다. 이날 '브티나는 생활'은 박서준 CF 패브릭 소파 ESSA 10월 최신상 '피에트' 모델을 단독 론칭해 주목받았다. 이에 더해 CJ홈쇼핑은 TV·모바일 방송 동시 송출 기념으로 초특가 혜택을 제공해 고객 호응을 이끌었다. 그 결과 시청수 10만·주문금액 5억원 가량으로 라이브방송을 마감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CJ온스타일은 라이브커머스 전문기업으로서 타 플랫폼과 차별화된 상품·콘텐츠 경쟁력을 가진 방송을 제작하겠다"며 "TV와 이커머스를 아우르는 '원플랫폼' 전략으로 유망한 브랜드가 육성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