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개정의 건, 찬성 47.35% 부결
"이치 안 맞는 행동 했으니 당연한 결과"
박용진 "민주당 바로 세우기 이정표될 것"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 '기소 시 당직 정지' 규정 및 '권리당원 전원투표' 등의 내용이 담긴 당헌 개정안이 24일 부결되면서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변재일 당 중앙위 의장은 이날 오후 중앙위 투표 결과 발표에서 "중앙위원 566명 중 찬성 268명, 찬성률 47.35%로 의결 안건 제3호 당헌 개정의 건은 찬성률이 50%에 미달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9일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전당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우선한다'는 당헌 조항을 신설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체적으로는 권리당원 10% 이상의 서명이 있을 경우 당의 합당·해산을 비롯한 특별당헌·당규 개정과 개폐에 대해 발의할 수 있으며 중앙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부의한 안건에 대해서도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가능토록 했다.
이를 놓고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이재명 방탄'이란 지적이 이어지면서 당 안팎의 내홍이 불거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역대 대통령 후보에게 배우는 스피치의 정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2 photo@newspim.com |
◆ "李, 흠칫하지 않겠나…사당화 제동 걸릴 수도"
당헌 개정의 건 부결 결과를 놓고 당 내부에선 '이재명 사당화'에 스크래치가 났다는 평이 이어진다.
대표적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결 결과는) 제대로 된 결과다. 이치에 안 맞는 행동을 했으니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해당 결과가 이 후보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판단했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함부로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될 거다. 아직 당대표가 된 건 아니니 우물가서 숭늉 찾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어 "권리당원은 모르겠지만, 대의원의 경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의원은 자신들이 힘을 모으면 당을 잘 운영할 수 있겠구나, 적어도 사당화를 방지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지역구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좀 흠칫하고 조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한 쪽 주장만 옳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이 후보를 향해 경고했다.
또 "(이 후보의) 입장이 좋지 않게 됐다. 물론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당무위(당무위원회)를 거친 거니 이 후보가 책임질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 후보도 '전 당원 투표 많이 하면 좋죠' 등의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우상호 비대위가 일격을 당한 셈이다. 당 의사결정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충분히 논의하고 숙고해 하자가 없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여러모로 허술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조합 국회농성장을 찾아 단식농성을 하고있는 김형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4 photo@newspim.com |
◆ 박용진 "민주당 바로 세우기 이정표 세웠다"
박용진 당대표 후보는 부결 결과 발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중앙위 부결결과가 민주당 바로 세우기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국민 상식과 민주주의 기본원칙 중앙위원들의 확고한 인식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부결됐으니) 시간을 벌었다. 이제 차분하게 직접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장시킬지 고민하고 제도도 정비해나갈 수 있다. 차기 지도부도 그런 면에서 이번 중앙위 투표 결과를 깊이 숙고하고 받아들이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지난 22일 최고위원 후보직에서 사퇴한 윤영찬 의원은 SNS를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재 우리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방향을 다시 되짚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당의 헌법을 바꾸는데 대부분의 중앙위원들이 그 사실조차 모른 채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절차적 민주주의에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없이 표결에 부쳐지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