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고지의무 위반...소비자 정신적 충격 인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 성분이 검출됐음에도 이를 은폐한 코웨이 주식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코웨이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각 100만원씩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지난 2015년 코웨이는 정수기 렌탈 고객으로부터 정수기에서 금속물질이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한 결과 얼음을 냉각하는 구조물인 증발기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코웨이는 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 조각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숨겼고 그로부터 1년 뒤 언론보도를 통해 해당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정수기를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코웨이 주식회사를 상대로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니켈 검출로 인해 알레르기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회사가 1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니켈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배상책임만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내세운 피부 트러블, 알레르기, 가려움증 등의 증상들은 오염된 공기, 꽃가루, 인체에 맞지 않는 음식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상들에 불과하다"며 "이를 가리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가 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소비자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에게 각각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니켈성분 검출 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대신 장기간 이를 은폐하고 결과적으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했다"며 "이는 피고의 귀책에 의한 부수의무 위반행위이자 계약의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정수과정을 거친 물을 마시지 않았으리라고 추론함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며 "정당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한 원고들의 정신적 충격 및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코웨이의 항소를 기각 결정했다.
대법원 역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의 약관이나 품질보증서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이 사건 계약뿐만 아니라 중금속인 니켈이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원고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원고들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음이 인정된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원고들에게 각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