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계류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사건…10년 만에 결정
"단체행동권 행사 이유로 책임 면제 어려워…대법 전합 존중"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업무방해죄 처벌'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6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A씨 등이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 사건을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21년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헌재는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 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거래 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해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에 따르면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난 2010년 3월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 18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A씨 등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휴일 특근을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대자보나 문자메시지로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이후 A씨 등 조합원들은 특근을 집단적으로 거부해 협력업체 공장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던 중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전격성'과 '중대성'이라는 업무방해죄 처벌 기준을 내놓았다. 파업 등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중대한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된다면 폭력이 없는 단순파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A씨 등 노조 간부들은 2심이 진행 중이던 2012년 2월 자신들에게 적용된 형법 314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약 10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A씨 등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과도 연관됐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무렵 헌재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거기엔 A씨 등 사건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논의 내용과 연구관 보고서가 빼돌려졌다는 점도 포함됐다. 이에 대법원이 헌재가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을 우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재는 이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심판 대상 조항에 대해 확립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이를 존중해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