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맹점 수수료 갈등 3년마다 반복돼
보여주기식 수수료 인하 말고 지속가능 대안 찾아야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은 카드사 일방적 횡포에 맞서 독립을 선언합니다"
동네슈퍼·마트 점주들이 신한카드 결제거부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카드업계가 일제히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신한카드가 수수료율을 최고 2.3%로 인상한 데 따른 대응이다. 점주들은 가맹점 해지는 물론 법인카드·주거래은행을 전환하고 일반 가맹점까지 거부운동을 확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경하 기자 = 2021.12.28 204mkh@newspim.com |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일부 카드사 수수료 인상에 맞서 결제 거래 거부를 통보한 것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초대형 가맹점 요구에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고 이후 이동통신사, 대형마트와 협상에서도 일부 갈등을 빚었다.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 갈등은 3년마다 반복된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3년 주기로 실시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당국이 직접 카드사 자금조달·마케팅 비용 등을 계산해 수수료 원가를 책정하고 이를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차례 이뤄졌으며 지금까지 카드사로부터 약 3조원에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줄였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진 만큼 중·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이라도 올리고 싶은데 반발이 극심하다. 특히 자동차·통신·항공 등 초대형 가맹점과 협상에서는 철저히 '을'로 전락한지 오래다. 수익성 보전을 위해 내부 사업을 효율화하면 당국은 인하여력이 있다고 보고 수수료를 또다시 인하한다. 신사업·해외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 싶지만 규제의 벽에 막혀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결국에는 또 다른 '을'을 찾고 만다.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밴(VAN) 대리점 업계에 지급하는 비용을 줄인다거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검토하자 밴 대리점 업계는 이례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반대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수 백명 카드 노동자들은 수수료 인하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거리로 나왔다.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들이 단종되면서 소비자들도 불편함을 겪는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가 발급 중단한 카드는 총 192종이다. 지난 2019년부터 3년째 200종 안팎의 카드들이 사라졌다. 수수료율 인하의 영향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몇 년 전부터 신용결제 부문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쉽게 생각해 결제가 이뤄질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전체 가맹점 88%가 매출 세액공제 제도로 이용금액 1.3%를 공제받고 있기 때문에 영세 가맹점들도 실질 수수료율이 0%에 수렴하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이 '의미없는 쥐어짜기'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기자 눈에 영세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적합한 비용으로 산정하겠다는 제도 취지는 이미 달성한 지 오래다. 오히려 적격비용 재산정제도가 어느샌가부터 카드사가 아닌 선거를 앞둔 정부의 일방적 횡포 수단으로 악용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재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팀 가동했다. 제도개선 TF가 3년전 허무하게 끝난 '카드산업 건전화·경쟁력 강화' TF와는 달리 모든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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