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ESS 화재 '배터리 결함' 지목...국내 시장 침체
글로벌 시장, 일본 파나소닉·중국 CATL 등 경쟁
SNE리서치, 2030년까지 연평균 35% 성장 전망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ESS 화재 원인이 다양한데 정확한 원인 규명도 안된 상태에서 정부가 '배터리 결함'이라고 재차 낙인 찍으면 해외에서 우리 ESS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급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반성하며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윤애 산업1부 기자 |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2020년 20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02GWh로 연 평균 35% 성장할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정세 변화를 감안하면 이같은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글로벌 ESS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때문에 시장 성장에 따라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배터리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ESS 관련 규제 강화 방안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규제가 나오면 국내 시장 위축은 물론 해외 사업 수주에도 차지을 빚게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국 정부가 화재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지목한다면 해외에서 우리 ESS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수년 전 세계 ESS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산 70%를 넘어서면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였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국내에서 연이은 ESS 화재 발생과 정부가 2차례에 걸쳐 'ESS 화재사고 조사단'을 조사결과를 통해 화재의 핵심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지목했다. 당시 업계는 ESS 운영 방식이나 설치 환경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반발했지만 이후 국내 ESS 시장은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수주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그 자리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BYD와 CATL 등 중국 업체와 일본 파나소닉 등이 밀고 들어왔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성장하는 글로벌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시스템 통합 전문기업인 미국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ESS 배터리 공급에 그치지 않고 ESS사업 기획, 설계, 설치 및 유지·보수 수행 등 고객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SK온도 2015년 시장에서 철수한 지 6년 만인 지난해 ESS 시장 재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추가 규제 발표를 앞두고 수년 전의 악몽이 또 다시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처럼은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국내 업체의 발목을 잡진 말아야 한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