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C 보유 슈퍼개미 "100만원 가면 고민해 보겠다"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자산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대표적인 자산주 가운데 하나인 BYC에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이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BYC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 안팎에선 '제2의 BYC'를 찾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BYC 최근 10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달 23일 BYC 주가는 상한가인 54만3000원까지 올랐다. 소외주인 BYC의 평소 거래량은 100주를 밑도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 2만7000여주가 거래됐다. 전날 거래는 66주에 불과했을 정도다. 이처럼 관심이 커진 이유는 지분 8%를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주주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은 보유중인 BYC주식의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지분은 8.13%(의결권 행사가능주식 8.06%) 보유했다.
트러스톤은 "BYC는 지난해말 기준 연결 자산총액이 6791억원이고 최근 3년간 약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산주가 저평가 상태지만 BYC는 1983년 이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보유 부동산 가치만 현 시세로 1조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자산가치가 큰데도 고질적인 특수관계인 간의 내부거래와 자산의 비효율적 운용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 등 사익편취행위 존재 의혹 △대주주일가 중심의 패쇄적인 사업운용 △다수의 무수익 부동산 보유 및 보유부동산 가치의 저평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한 회사 이미지 추락 등을 기업가치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감시, 감독의무가 이행되는 투명한 이사회구성 △합리적인 배당정책수립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를 통한 유동성확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포함하는 IR 계획수립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주가는 다음날 13% 정도 하락하는 등 조정을 받았지만 등락을 거듭하면서 50만원 안팎을 기록중이다. 지난 13일 주가는 49만4500원, 시가총액은 3089억원이다.
트러스톤은 또 지난 11일 BYC 이사진이 주주서한에서 밝힌 5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5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답이 빠진 점은 많이 아쉽다"면서 "BYC 이사진이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 내용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청구 등 제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BYC 작년 9월 말 기준 5% 이상 주주 현황. [자료=BYC 분기보고서] |
BYC에는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슈퍼개미도 있다. 지난 해 3분기말 기준 5.87%를 보유중이다. 지난 수년간 수량 변동은 없었다. 주로 자산주에 투자해 주식부자가 된 개인투자자 조문원 씨다.
그는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도 말도 안되는 저평가 수준이기 때문에 그냥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목표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100만원 이상 가면 그 때 한번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주주행동 등과 관련해 트러스톤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트러스톤의 주주행동이 계기가 돼 BYC 주가가 오르자 자산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 층 높아졌다. 시가총액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훨씬 밑도는 자산주들이다.
시장에선 방림, 태광산업, 대한화섬, 세이브존I&C, 일신방직 등을 대표적인 자산주들로 거론하고 있다.
조문원 씨는 방림도 5% 이상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 종목 역시 수년간 수량 변동은 없다. 그는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시가총액을 훨씬 넘어서고, 투자활동 등을 통한 수익도 나쁘지 않다. 장기보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림 주가는 지난 해 11월 '자사주 취득'건이 공시되면서 반짝 상승해 35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에 다시 조정을 받아 2700원대 주가를 기록중이다. 시가총액은 1157억원이다.
태광산업은 시가총액이 1조원대(13일 기준 1조2515억원)를 넘는 대형주여서 제도권 펀드매니저들도 비교적 관심 있게 보는 종목이다.
익명을 요청한 펀드매니저는 태광산업에 대해 "전형적인 저PER(주가수익배율),저PBR(주가순자산배율) 주식이며, 작년 영업성과도 호조를 보여 가치주 운용철학을 가진 곳이라면 한번쯤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서울 장충동 옛 동북고등학교 부지의 가치, 우리홈쇼핑 지분 가치 등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BYC에 대한 주주행동에 나선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의 지분도 5% 이상(5.01%) 보유중이어서 투자자들은 트러스톤의 향후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세이브존I&C도 보유중인 점포의 부동산 가치가 매력적이다. 서울 노원점(본점) 등 수도권 4개 지점(성남점, 광명점, 부천상동점)과 대전점, 전주코아점을 포함해 총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점포의 영업성과 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세이브존I&C는 2002년 한신공영의 유통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설된 회사로 대형 패션할인점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수백억대 주식자산을 보유한 슈퍼개미 배진한 씨도 지난 해 연말 시즌부터 자산주에 대한 비중을 늘렸다고 했다. 그는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낮은 주식, 부동산 등의 보유자산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주식 중 소외주를 찾아 주가가 오를 때까지 장기보유해 높은 수익을 낸 경우가 많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순환매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제 대부분의 섹터가 한 번씩 다 올랐다. 순환매 흐름상 자산주에 한번 자금이 들어올 타이밍이 됐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산주 성격이 어느정도 있고 정책 수혜 가능성이 있는 건설, 시멘트 등의 섹터도 좋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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