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부담 일방적으로 높여, 취약계층 지원 축소
시민참여예산 사실상 지원 중담, 민주주의 후퇴 우려
시의회 이어 여당 구청장 집단반발, 시정운영 '안갯속'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 24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오세훈 시장의 일방적인 복지예산 및 시민참여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나섰다. 임산부 건강을 위한 먹거리 지원사업까지 중단하고 마을자치사업까지 없애려 한다는 주장이다. 내년도 예산을 놓고 시의회에 이어 구청장들까지 대립각을 세우면서 오 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이 일방적으로 복지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시민참여 사업들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성 구로구청장 등 구청장협의회 소속 여당 구청장들이 4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일방적인 예산평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11.04 peterbreak22@newspim.com |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 구로구청장은 "오 시장 취임 후 우려했던 일들이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자치구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복지관련 예산을 떠넘기고 시민참여 사업예산을 삭감했다. 이는 단순한 편성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민주주의 후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협의회가 문제삼은 부분은 복지예산과 시민참여예산 두 가지다.
우선 서울시가 그동안 지원하던 지원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약 2200억원 규모를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통상 자치구 사업의 경우 국비와 시비, 구비를 일정비율로 매칭해 진행하는데 대다수 사업에서 시비 비율을 5~10% 이상 삭감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 구청장은 "오 시장은 임산부에게 먹거리를 지원하는 예산까지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정작 제대로 된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구청장들이 강력하게 항의해 2200억원 중 복지 분야 예산인 1300억원은 복구했지만 900억원은 여전히 삭감된 상태"라며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시정철학"이라고 말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역시 "실무과정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각 분과별로 내년부터 서울시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가 강력하게 항의하니까 원상복구를 시켰다. 처음부터 삭감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시장이 줄인 예산은 노인복지 등 취약계층 지원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청년공간 등 서울시가 만들어서 운영을 자치구에 넘긴 사업까지 지원을 줄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치회관 운영, 주민자치 활성화, 마을생태계 조성,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운영 등 시민참여예산은 450억원 가량이 삭감됐다. 협의회는 서울시가 이 부분만큼은 협의없이 무조건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구청장은 "이 사업들은 오 시장이 비판한 '부적격 시민단체'와는 무관한 사안이다. 그냥 동네 주민들이 참여해 자치행정을 강화하는 시민단체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시민단체 이야기를 하며 예산을 더 이상 줄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오 시장의 일방적인 예산편성을 단순한 '일방통행'이 아닌 자치행정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오시장 규탄 성명에 이름을 올린 구청장 24명이 전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만큼 전체 의석 110석 중 99석을 여당이 장악한 시의회와 협력해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입장문은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 있는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구청장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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