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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85억 횡령사건'...구조적인 3가지 문제점

기사입력 : 2021년10월22일 19:11

최종수정 : 2021년10월22일 19:11

자금-회계 분리 않고 7년 넘게 전담
수억 규모 세금도 현금납부 '비정상'
전문가 "시스템 문제…예견된 사건"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7년 동안 회삿돈 85억을 횡령한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스핌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수자원공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수자원공사의 회계처리시스템은 임직원의 횡령에 취약한 구조를 띌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들여다본 전문가들은 "공사 내부시스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공사 측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수조원의 사업을 집행하며 관리를 허술히 한 공사 측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차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의 부산 에코델타시티사업 횡령사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21 leehs@newspim.com

22일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 직원 A씨와 B씨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사업비 약 8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둘은 6조6000억원이 투입된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개발 사업에서 금전출납과 회계 업무를 맡고 있었다. 

횡령 수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이들은 토지 매입 후 납부해야 하는 취득세를 본사에 중복 청구해서 돈을 타냈다. 납부고지서 원본을 본사에 제출해 돈을 받고, 이후 이 고지서의 사본을 다시 제출해 돈을 이중 수령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금으로 돈이 오갔다. 

공사 측의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씨의 범죄는 해가 갈수록 대범해졌다. 횡령을 처음 저지른 2014년에는 2억원으로 시작했지만 2016년에 10억원으로 늘어나, 지난 한 해 동안만 1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공사의 자체 종합 감사를 통해 지난 6월 드러났다. 

수자원공사 측은 지난 1일 A씨를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부산 강서경찰서 측은 "공사 측의 고소가 접수된 후 현재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중이고 아직 혐의자를 입건한 상태는 아니다"며 "7년 동안 벌어진 사건이라 분석량이 꽤 돼 다음주는 돼야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 회계의 가장 기본 '자금과 회계' 분리도 안 돼

전문가들은 회계와 자금 업무가 분리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금 담당자와 회계 담당자를 분리한다. 회계 담당의 경우 사업을 추진하면서 나가고 들어오는 돈들을 기록하고, 자금 담당자는 그 돈들을 실제 집행하는 일을 맡는다. 둘을 분리시켜놔야 돈 관리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수공의 부산 EDC 사업에서는 회계와 자금 담당을 별도로 두지 않고, 한 사람이 두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다. 한 명이서 돈을 집행하고 기록하는 업무를 모두 담당해온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4년 간 근무 경험이 있는 정재훈 회계사는 "수자원공사같은 큰 규모의 회사에서 한 사람이 자금과 회계를 동시에 담당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자금 집행과 회계 사이에 업무 분장이 이루어지도록 요구 받는다"며 "그래야 서로 간의 공모를 통해 횡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차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의 부산 에코델타시티사업 횡령사건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2021.10.21 leehs@newspim.com

◆ '돈 만지는' 회계 업무, 한 사람이 7년 넘게 전담

A씨가 한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점도 이번 횡령사건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사건을 주도한 A씨는 부서 이동 없이 2007년 입사 이후 회계와 세무 업무만 전담해왔다. 보통의 공기업들은 2~3년마다 보직 순환을 시켜 부정과 유착을 방지하는데, A씨의 경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회계 업무를 수행하는 '운영직'의 경우 자체 인사제도상 같은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폈다. 그러나 회사의 돈 관리를 담당하는 회계부서에 직원의 장기간 근무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환노위 국감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같은 직원이 7년동안 회계세무 금전출납 업무를 인사 이동 없이 맡았냐"고 질타했다. 정 회계사 역시 "최소한 자금 집행 2년, 회계 업무 2년과 같은 방식으로 분리라도 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원 한 명이 회계와 자금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오니, 업무 내용의 검증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 수억원 규모의 세금, 현금으로 납부해

취득세와 지방세를 현금으로 납부해온 관행도 전문가들은 '구멍'으로 진단했다. 

현금은 기업의 유동성 자산이라 부당하게 유용될 위험에 노출돼있다.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는 현금 출금 시 관리자의 승인 절차를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회사 계좌에서 현금을 일정액 이상 출금하는 경우 대표이사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하는 게 안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직원 A씨는 직접 은행창구를 방문해 현금을 인출 후 취득세를 납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취득세와 지방세만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억원의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었지만, 관리자의 모니터링 또한 허술했다. 정 회계사는 "통상 세금 납부와 같은 전표 처리는 팀장 등 책임자의 결재를 받고 집행된다"며 "팀장 등 전결권자가 문서를 들여다보지 않고 결재를 해온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남근 변호사도 "같은 직원이 같은 토지에 대해 같은 금액의 취득세를 청구했을 텐데, 중복된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취득세에 대한 대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취득세의 경우 가상계좌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형태로 지로고지서가 온다"며 "현금납부로 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자원공사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가 장기간 계획적으로 저지른 개인의 일탈행동"이라고 규정했다.

또 "현재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개인 비리 행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직원교육 및 처벌규정을 강화해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oy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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