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 소송 1심서 승기잡은 bhc...즉각 '항소' BBQ
8년째 지지부진한 싸움...치킨업계·소비자 피로감↑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치킨프랜차이즈 BBQ가 bhc를 상대로 끝없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 1심에서 패소하는 등 올해 들어 네 차례 소송에서 ′완패′ 했음에도 bhc와의 전면전을 지속하겠다는 각오다. 8년째 계속되는 BBQ와 bhc의 소송전에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 BBQ, 올해 4번째 패소에도 '끝까지 간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61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영업비밀 침해 이유로 BBQ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bhc의 손을 들었다. BBQ 측이 주장한 bhc의 영업비밀 침해 금지 등 청구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특정한 자료들이 법률상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불법행위 성립 요건에 관한 증명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000억원 규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BBQ와 bhc가 얽힌 소송 가운데 가장 큰 배상액이 걸린 사안이다. BBQ가 자사 정보통신망에 bhc 관계자가 침입해 마케팅 자료, 레시피 등 영업비밀 자료를 빼갔다며 지난 2018년 11월 제기한 소송이다. BBQ는 당시 bhc측이 레시피 등 영업비밀을 빼내 BBQ가 개발한 제품 출시 하루 전 유사한 신제품을 내놓는 등 영업방해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BHC, BBQ 로고, [사진=각사] |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BQ가 영업비밀 침해라고 주장한 자료들이 영업비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1심이 bhc의 승리로 끝나면서 BBQ는 bhc와의 싸움에서 올해에만 네 번째 패배를 맛본 셈이다. 그러나 BBQ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며 소송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hc관계자는 "영업침해 관련 소송은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음에도 BBQ가 제출한 증거는 바뀐 것이 없고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되지도 않는다"며 "BBQ는 그동안 사실관계와 법리를 무시한 채 무리한 소송을 제기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BBQ 관계자는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가 제대로 된 판결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제대로 된 판결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BBQ-bhc, 형제 회사에서 악연으로...8년째 '치킨게임'
BBQ와 bhc의 악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BBQ와 bhc는 형제 회사였으나 2013년 BBQ가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BBQ는 매각 당시 bhc 매장을 부풀려 매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bhc에 96억을 배상한 바 있다. 이후 크고 작은 소송전이 이어진 가운데 2015년에는 bhc직원이 불법 취득한 정보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빼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현재 BBQ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총 4건이며 1095억 규모다. 이에 맞서 bhc도 BBQ를 상대로 상품공급계약 위반 등 2934억원 규모의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BBQ-bhc 소송전 일지 |
특히 손해배상 청구금액 규모는 한해 매출액 수준으로 높아 '과도한 싸움'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체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한때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1위였던 BBQ는 bhc와 소송 과정에서 점유율 하락과 이미지 손실을 입으며 1위를 반납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치킨업계 1위는 4475억원을 기록한 교촌치킨이며 2위는 4004억원을 올린 bhc다. BBQ는 매출액 3346억원 규모로 3위에 그친다.
8년가량 이어진 양사의 고소·고발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다음달 말에는 BBQ가 bhc를 상대로 낸 재고실사 손실청구 사건 2심이 진행될 예정이며 11월 초에도 BBQ가 박현종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고소건의 공판일정이 잡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BBQ와 bhc의 진실공방은 이미 감정싸움으로 번진만큼 원만하게 봉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다만 양사의 소모적인 싸움으로 치킨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강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