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원주민들, 시세 절반 '헐값 보상'…"부당이득 환수" 소송
"개발기대감 상승분, 보상금 반영 안돼"…감평오류 입증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판교 대장지구 원주민들이 시행사 성남의뜰이 거둔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들이 애초에 보상금액에 동의하고 땅을 협의양도한 것이기 때문에 수년이 지난 현재 이를 부당이익으로 환수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보상금 산정은 사업시행자가 아니라 감정평가사가 맡는데, 감정평가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9.24 sungsoo@newspim.com |
◆ 대장동 원주민들, 시세 절반 '헐값 보상'…"부당이득 환수" 소송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판교 대장동 원주민들은 대장지구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상대로 부당 이득금 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성남시가 공공개발을 내세워 원주민들 땅을 헐값에 보상했고, 그 결과 특정 소수에게 수천억원 이익이 돌아갔기 때문에 이를 다시 시민의 몫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주민들은 지난 2016년 12월 성남시로부터 3.3㎡당 600만원 짜리 땅을 3.3㎡당 300만원에 보상받고 판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은 공영개발이라서 관련 법에 따라 주민 동의 없이도 토지 수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수용이란 공익을 위해 국가의 명령으로 특정물의 권리나 소유권을 강제 징수해서 제3자의 소유로 옮기는 처분을 말한다. 정부가 공익사업을 진행할 때 개인의 토지가 필요해서 소유주와 협의로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땅을 수용당한 사람에게 주는 토지보상액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산출한다. 감정평가업자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당 공시 기준일로부터 가격시점까지의 지가변동률, 토지 이용계획, 위치·형상·이용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서 결정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9.29 sungsoo@newspim.com |
판교 대장지구는 사업인정고시(토지세목고시)가 지난 2015년 9월 이뤄졌기 때문에 토지보상금 지급을 위한 감정평가를 할 때 지난 2015년 1월 1일 기준 표준지 공시지가를 적용한다. 이어 지난 2016년 12월에는 보상협의를 통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남 분당구 대장동 땅값은 지난 2016년 한 해 2.57% 올랐다. 성남 분당구 평균(2.44%), 경기도 평균(2.23%)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듬해인 2017년에도 대장동 땅값은 3.58% 올라서 성남 분당구 평균(3.03%), 경기도 평균(3.45%)을 넘어섰다.
땅 소유자들로서는 이 기간 오른 땅값에 비해 토지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
◆ "개발기대감 상승분, 보상금 반영 안돼"…감평오류 입증 어려워
다만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이미 땅을 협의양도했기 때문에 수년이 지난 지금 시행사 측이 거둔 이익을 부당이익으로 환수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67조 제2항에 따르면 보상액을 산정할 경우 해당 공익사업으로 토지 등의 가격이 변동됐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판교 대장지구에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기대감에 대장동 땅값이 오른 부분은 보상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9.29 sungsoo@newspim.com |
만약 소유자가 보상금 액수에 이의가 있어서 협의를 원치 않으면 토지수용위원회(중앙토지수용위원회 또는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면 된다. 이를 '수용재결'이라 한다. 수용재결을 신청하면 해당 토지에 대한 재평가를 해 손실보상액이 다시 산출된다. 이 때 보상금이 오르는 상한선은 10% 수준이다.
다만 토지주가 협의양도를 하지 않고 수용재결을 신청할 경우에는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없다. 협의양도인 택지(협택)는 지구지정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사업지구 내 토지를 소유한 원주민이 사업지구 내 토지, 지장물, 영업권을 비롯한 모든 사항을 사업시행자와 협의할 경우 구매할 권리를 얻는 토지를 말한다.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으려면 사업구역 내 수도권 기준 1000㎡(수도권 외 지역은 400㎡) 이상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토지주로서는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기 위해 수용재결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협의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협의보상금액 자체가 땅 소유자들이 추천한 감정평가사들의 감정가격도 반영해서 나온 금액이라서 몇년이 지난 현재 뒤집을 수는 없게 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보상가격을 산정할 때는 감정평가업자 3곳이 감정한 결과를 산술 평균해서 결정한다. 이 3곳은 각각 사업시행자, 토지소유자, 시·도지사가 추천한 감정평가업체다. 이들 3곳이 감정평가한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종훈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보상금을 산정하는 것은 사업시행자가 아니라 감정평가사"라며 "원주민들이 소송에 이기려면 감정평가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그러려면 감정평가사의 잘못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장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몇 년 전 땅을 싼 값에 팔았다고 해도 수년이 지나 땅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거래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대장동은 서판교 근처에 있어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협의보상을 원치 않는 소유자들은 수용재결, 행정소송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