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격렬한 화폭에 흐르는 생생한 기운...이강소의 '몽유'

기사입력 : 2021년07월08일 09:26

최종수정 : 2021년07월08일 09:26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우윳빛의 뽀얀 캔버스에 검은 물감이 회오리치듯 꺾이며 휘감아 흐른다. 대여섯 번의 활달한 운필은 과감한 여백을 남긴채 화폭에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작가 이강소(78)가 지난해 완성한 '청명'이란 회화다. 지금까지의 회화와 맥을 같이 하면서도 더욱 즉흥적이고, 더욱 간결하며, 더욱 완숙해진 신작이다.

회화, 설치, 퍼포먼스, 사진, 조각을 넘나들면서 동시대 한국미술을 대표해온 작가 이강소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갤러리현대(대표 도형태)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몽유(夢遊, From a Dream)'라는 타이틀로 오는 8월 1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1990년대 말부터 2021년까지 완성한 회화 30여 점이 나왔다. 여러 장르를 오가며 실험적, 개념적 작업을 꾸준히 시도했던 작가이지만 이번 개인전은 '화가 이강소'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핵심에 해당되는 회화만 모았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이강소 작 '청명 18172', 2018, Acrylic on canvas.194x258cm [사진=갤러리현대] 2021.7.7. art29@newspim.com

이강소의 회화는 획의 그림이다. 크고 길쭉한 동양화 붓에, 물감을 듬뿍 묻혀 마치 일필휘지하듯 그어내린 필선은 힘찬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휙휙 바람소리가 날 듯한 운필은 문자 같기도 하고, 추상화 같기도 하다. '시서화(詩書畵)는 하나'라는 동양적 미학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동시대 감성과도 무리없이 소통하며 현대성과 세계성도 품고 있는 그림이다.

'몽유'라 명명된 이번 이강소의 전시는 작가와 갤러리현대가 함께 하는 네번째 개인전이다. 앞선 전시가 이강소라는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 작가의 실험미술 작품이 우리 미술사에 남긴 의미를 살펴본 자리였다면, '몽유'는 작가의 고유한 예술관과 문제의식이 회화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고, 어떻게 변모했는지 살피는 자리다.

'꿈속에서 놀다'로 해석되는 '몽유(夢遊)'는 이강소의 미학적 세계관을 함축한 단어다. 동시에 그것은 작가가 그림에 담고 싶은 시대적 명제이기도 하다. 그는 물질과 형상, 숫자로 가득찬 작금의 세계가 실은 꿈과 같다고 말한다. 번쩍번쩍 화려하고 압도적일수록 허상처럼 느껴진다는 것.

이강소는 "나에게 이 세계는 엄청난 신비로 가득하다. 동시에 정신차릴 수도 없이 복잡하고 가공스럽다. 만물은 생명을 다해도 그 원소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흩어지더라도 우주의 구조와 함께 알 수 없는 인과의 생멸을 거듭할 것이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탐구해온 동양철학과 양자역학에 기반한 통찰을 작품에 켜켜이 담아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응시하는 작가 이강소. [사진=갤러리현대] 2021.7.7. art29@newspim.com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강소는 데뷔이래 실험적 미술과 퍼포먼스, 비디오작업을 통해 '회화'의 고정화된 개념을 뒤흔드는 실험을 거듭했다. 회화의 지지체인 캔버스천의 실밥을 한 올씩 뽑거나 찢어서 물질로서의 회화와 회화의 평면성을 전복시킨 '무제'(1975) 연작, 자신의 벌거벗은 신체에 물감을 칠한 뒤 광목천으로 물감을 닦아 그 천을 바닥에 펼친 '페인팅(이벤트 77-2)'(1977), 모니터를 활용한 붓질 이벤트 '회화 78-1'(1977) 등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매체인 '회화'라는 양식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허상인 이미지의 실체를 객관화하고자 한 시도였다.

이처럼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붙들고 온갖 실험을 거듭했던 이강소는 뉴욕주립대학에 객원 미술가로 머물던 1985년, 마침내 '그림 그리기'를 본격화했다. 캔버스를 뒤덮는 격렬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붓질,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형상, 자연을 은유하는 듯 청색과 녹색을 조합한 그림이 이 시기 탄생했다. 이후 작가는 모노톤의 바탕을 상하 또는 좌우로 나눈 뒤 집, 나룻배 등 건축적 구조물과 추상화된 패턴을 병치시키는 이미지 실험을 이어갔다. 그의 화폭에는 부유하는 새 무리와 뿔 달린 사슴같은 대상이 무채색 배경에 불쑥불쑥 등장하며 특유의 구조가 구현됐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극도로 절제된 최소한의 붓질로 물, 구름, 비, 폭풍 등 자연을 떠올리는 화폭을 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이강소는 더욱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필획으로 오리, 나룻배 형상을 드러냈고 2010년 중후반부터는 '청명(Serenity)'이라는 제목으로 절제된 추상화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운필의 '청명' 연작은 작가의 호흡과 리듬, 몸의 제스처에서 비롯된 격렬한 획과 대담한 여백이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는 '청명' 연작에 대해 "내가 밝고 맑은 정신상태를 유지하면서 붓질을 했을 때 그것을 보는 관객도 청명한 기운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미술사학자 송희경은 "이강소의 '청명' 연작은 그림, 문자, 시의 공통된 특성인 함축, 여운, 기세가 집약된 시서화일률의 예술"이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눠졌다. 빠른 붓놀림으로 단순한 필획을 표현한 최근의 '청명' 연작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붓과 손, 감정과 정신이 혼연일체를 이룬 상황에서 휘둘러진 다양한 붓질은 화폭에 풍성한 미감을 빚어낸다. 좌에서 우로 화면을 가로지르며 툭툭 내던진 획, 짧고 긴 호흡의 획, 리듬감이 깃든 음악적 획 등 '일획의 미학'을 지닌 이강소의 획들은 옛 선비들의 격조 높은 문인화 전통과 이 새대 회화의 세련된 언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하 전시장에 나온 가로 5m의 '허-14012'(2014)는 붓을 든 손의 감각과 호흡에 따라 무심한 듯 그어간 수직 수평의 획들이 아름답게 변주된 작가의 대표작이다.

또 중국의 장강(양쯔강)을 닷새간 여행한 후 그 감흥을 격렬한 필치로 담아낸 '강에서'(1999) 연작도 전시의 한 축을 차지한다. 프랑스 니스의 갈레리데퐁세트에서 처음 발표된 이 연작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기(氣)'의 양상이 유연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나 당시 유럽화단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 파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채색이 사용된 '청명' 연작이다. 회색, 회청색 등 무채색을 주로 사용해온 이강소는 최근 화폭에 주홍, 연두, 노랑을 등장시키고 푸른 필획을 더했다. "어느 날 불현듯 색들이 내게 다가왔다"는 작가는 다층화된 추상의 밝은 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노니는 듯한 대상을 가뿐하게 그려넣음으로써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같은 회화를 완성했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