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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설치는 배달 오토바이 소음…철도소리 맞먹는데 낡은 규제 그대로

기사입력 : 2021년06월24일 16:26

최종수정 : 2021년06월24일 16:26

소음 기준 낮추는 선진국들…우리나라는 1996년 기준 여전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정모(35·여)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친다. 더운 날씨 탓에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청하는데 야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파트 19층 집까지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새벽마다 잠을 깰 때가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재택근무 증가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배달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괴로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가를 달리는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규제는 여전히 20년 전 기준에 맞춰져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조9763억원으로 전년도 동월 1조2631억원보다 56.5%나 증가했다.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의 증가로 주택가를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도 늘어났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경찰이나 관할 구청에 오토바이 소음 관련 민원이 번번하게 들어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한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김모(35·여) 씨는 "신혼부부와 1인 가구가 많아 배달 음식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낮에는 조용한 동네가 밤만 되면 오토바이 소리가 많이 난다. 많을 때는 3~4번씩 듣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비를 맞으며 주행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21.06.23 yooksa@newspim.com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은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오토바이 소음은 때론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2018년 경기 용인시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배달 오토바이 소음에 불만을 품고 골목길에 주차된 배달 오토바이에 불을 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오토바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유독 크게 들리는 이유는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배기구가 덮혀있는 승용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배기구가 외부로 노출돼 더 큰 소음이 난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토바이의 최대 배기소음은 105dB(데시벨)로, 기차가 지나갈 때 철도변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오토바이 배기소음 규제가 선진국 기준보다 뒤쳐져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 오토바이의 보급으로 소리에 대한 민감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은 오토바이 배기소음 기준을 낮춰가는데 우리의 기준은 너무 오래됐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오토바이 배기소음 기준을 105dB로 유지했으나 2009년 96dB로 낮췄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 17일 배기소음 규제 상한선을 95dB로 제한하고, 위반시 500달러의 벌금을 부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일본의 기준을 가져와 1996년부터 105dB를 규제 상한선으로 두고있다.

◆ 불법 개조해도 교통공단 소음 기준 통과

더 큰 문제는 소음기를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가 주행하는 경우다. 이중에서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넘는 120dB의 소음을 내는 오토바이도 적지 않다.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를 운행할 경우 운전자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불법 개조 오토바이 특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7~8월 경찰과 함께 7번의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적발된 93대의 불법 개조 오토바이 중 소음기 불법 개조 적발 건수는 28건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음관리진동법에 따라 소음을 측정해서 105dB를 넘는지, 안 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체계적으로 그렇게 안된다"며 "불법 개조된 차량들도 교통안전공단에서 소음 기준을 통과해 승인을 내준 것이기 때문에 시끄럽게 다닌다고 해서 소음 기준을 100% 초과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지자체의 자동차·오토바이 소음 단속을 의무화 하고, 소음허용 기준을 위반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 과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느슨한 규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주부 윤모(36)씨는 "오죽하면 오토바이 소리에 애가 스스로 창문을 닫겠냐"며 "경찰이나 구청에 관련 민원을 넣는 주민들이 있는데 인력이 부족한지 개선 되는 게 없는 것 같다. 배달이 많은 저녁 시간이라도 아파트나 주택가 단속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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