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단통법 개정안 윤곽 공개
단말기 가격 잡으려 이통3사 재원으로 '추가지원금' 지급 유도
단통법 폐지론 잠재우려 입법 취지 반대되는 개정안 추진
[과천=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정부가 제정 7년만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의 윤곽을 공개했다. 점점 높아지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잡기 위해 휴대폰 유통망이 최대 4만8000원의 지원금을 추가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금 지급한도를 상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이통사들끼리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낮추도록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통3사는 높은 단말기 가격이 가계 통신비 인하를 막고 있다는 정부의 문제인식과 이통사의 경쟁을 유도하는 해결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과천=뉴스핌] 나은경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21차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2021.05.26 nanana@newspim.com |
◆이용자 혜택 높인다는 단통법 개정…높은 단말기값 책임은 이통사 몫?
이통3사는 공식적으로 "추가지원금은 유통망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지급하는 것"이라며 이통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국 추가지원금의 재원이 이통사가 유통망에 휴대폰 판매시 지급하는 리베이트이기 때문에 추가지원금으로 빠져나가는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단통법 개정안 의견수렴 단계에서 이통3사의 반발이 거셌다. 방통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기존보다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높이는 데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SK텔레콤은 일부 인상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기존(15%)의 1.5배 이상(22.5%)를 넘는 인상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출고가가 계속 높아지면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이나 추가지원금으로 경쟁하더라도 결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맥락의 논의가 오갔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단말기 자체 가격이 고가라서 통신요금을 할인해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단말기 자체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는 없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 과장은 "(정부가) 출고가 책정 과정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이통사들끼리 단말기 가격을 낮추도록 경쟁을 유도하는 여건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이통3사는 올 초 중저가 요금제 출시 경쟁으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부응한 데 이어 높은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부담까지 떠 안게 됐다.
◆"단통법 폐지 막아라" 방통위, 단통법 개정으로 폐지론 방어
야당과 통신업계 일각에서 단통법 폐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방통위는 '이용자 혜택을 높이는' 이번 개정안으로 폐지론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이통3사의 경쟁을 유도하는 개정 방향은 오히려 "이용자 차별을 줄이겠다"는 단통법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는 "추가지원금 상한선 상향은 이용자 차별을 조장할 수 있고 공시주기 단축으로 공시지원금이 자주 바뀌면 소비자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며 정부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날 진행된 언론 대상 사전브리핑에서 고 과장은 "이번 법·고시 개정은 오히려 이용자 차별을 줄이는 길"이라며 "불법보조금과 합법보조금 간 차이가 컸는데 합법보조금의 상한선을 높여 보조금을 양지로 끌어옴으로써 불법행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향후 방통위는 이용자 후생을 높이는 쪽으로 단통법의 중장기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운영했던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협의회의 논의가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협의회에서는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 지급 허용 ▲이통사 대리점의 유통망 장려금 차별 지급 금지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휴대폰 판매 중개서비스 운영 책임 부과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용자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대안 적용보다 단통법 폐지가 맞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통법을 폐지하면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이나 번호이동을 자주하는 소비자가 높은 혜택을 받고 그외 소비자들은 혜택이 적어 이용자 차별이 커질 것"이라며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통신을 담당하는 조직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며 "단통법이 폐지되면 방통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 어떻게든 법을 지키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천=뉴스핌] 나은경 기자 =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이 지난 25일 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에 대한 언론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1.05.26 nanana@newspim.com |
◆정부안 윤곽은 나왔지만…시행까지 산 너머 산
방통위는 법 개정 사안인 추가지원금 지급한도 30% 상향을 오는 9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연내 시행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고시 개정 사항인 공시주기 단축만이 다음달 행정예고 및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8월 위원회 의결 및 관보 게재를 거쳐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방송 정책보다 통신 정책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짐은 물론 연말에는 대선 이슈까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통3사의 반발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 발의 법안으로 현재 과방위에 계류 중인 분리공시제 역시 마찬가지다. 방통위와 여당은 지난해부터 단말기 제조사에 출고가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분리공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로 난관에 봉착했다.
LG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빠져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하게 되면 휴대폰 제조사 간 경쟁을 통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분리공시제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방통위에서도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해 분리공시제 도입을 재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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