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미래에셋, 연 수수료 0.1~0.5%로 인하
IRP계좌 연간 최대 700만원 16.5% 세액공제
올 1분기 IRP수익률 증권사 10% 넘어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연간 0.5% 내외 수준에 이르는 수수료를 면제해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증권업계는 기존 은행과 보험업계 연금시장으로부터 자금이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업계에서 제일 먼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삼성증권 다이렉트IRP'를 출시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IRP계좌에 대해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두가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 두가지를 합할 경우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금융회사별로 연간 0.1~0.5% 수준이다.
IRP는 은퇴소득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계좌의 일종으로, 연간 최대 700만원 납입한도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 계좌에서 투자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면제한다. 특히 퇴직금의 경우 IRP 계좌에 입금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해주는 세제혜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가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약관 변경 등 제반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오는 5월 중순 경부터 다이렉트 IRP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수수료 면제 시행일 이후 가입하는 신규 고객과 기존 다이렉트 IRP 고객 모두 수수료 면제 혜택을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IRP 적립금이 9646억원 증가했다. 올해 IRP 적립금의 증가 금액은 7745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증가 금액의 80%를 넘어섰다. 또 올 1분기말 기준 IRP 수익률은 11.37%를 기록해 전분기 보다 4.12%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사별 개인형 IRP 적립금 비중은 여전히 은행이 69.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비율은 지난 2019년 20%에서 지난해 말 21.9%로 높아졌다. 특히 증권사 IRP 계좌의 적립금은 2019년 말 5조773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7조5485억원으로 1년 사이 49% 증가했다.
저금리 속 높은 증권사의 IRP수익률은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금감원 연금 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권사의 IRP 수익률(각 증권사 수익률의 평균)은 11.2%였다. 은행(4.7%)이나 생명보험(3.9%), 손해보험(2.3%) 대비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특히 증권사 IRP 계좌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가능해 특정 증시 전체나 세부 업종·테마 단위로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일반 계좌로 해외 주식형 펀드나 해외 자산을 추종하는 국내 ETF 등에 투자하면 원래 수익에 대해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증권사 IRP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세율 3.3~5.5%인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는 앞으로 증권사로 IRP 계좌를 이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본격적인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삼성과 미래에셋이 IRP 수수료 면제 경쟁에 돌입하자 다른 증권사들도 검토에 들어갔다. NH투자증권와 신한금융투자 등도 IRP 수수료 면제 여부를 검토중이다.
증권사 한 임원은 "퇴직연금 시장이 그야말로 핫하다"며 "퇴직을 앞두거나 중년 직장인 등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시키는 등 운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증권사들도 수수료 면제로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