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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도시 남자, 해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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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바닥을 잘 살펴보면 문어가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발이 땅에 닿지도 않을 만큼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내려갈수록 정신이 아득해지고 혼미해질 무렵이었다. 돌 밑에 보이는 무언가 맛있어 보이는 생명체, '문어'였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녀석에게 다가간 순간, 검은 먹물을 내뿜고 숨었다. 손을 이리저리 휘적여 봤지만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문어 잡으려다 숨을 못쉬어서 내가 문어밥이 되는 줄 알았다. 의욕만 너무 앞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계속 찾아보려고 했지만 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아쉬움을 가득 않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 욕심부렸다간 문어 잡으려다 내가 문어밥이 될 지경이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잡았지만 깨달은 게 있었다. 식탁 위에 올라오던 해산물들은 그냥 냉장고만 열면 뚝딱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단걸.

22일이 지구의 날이라기에 제주에 갔다.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보호의 날이라는데 환경오염 실태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사람이 제주 해녀라고 생각해서였다. 21~22일 이틀간 제주 해녀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 50년 경력의 전문가가 수두룩

해녀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세발 오토바이. 물질이 끝난 뒤엔 오토바이에 채취한 성게 등을 싣고 간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21일 오전 8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녀 작업장에 도착했다. 고용성 행원리 어촌계장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어촌계마다 다르지만 행원리에는 해녀가 80명 정도 있다고 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80세 정도, 대부분이 15살 무렵부터 해녀 생활을 시작했으니 평균 경력은 50~60년 이상 될 거란다. 사람들은 해녀들을 고령의 노인으로 보지만 바다에선 50년 이상의 경력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라고 했다.

어촌계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 작업장에 윤희옥 할머니가 도착했다. 윤 할머니는 소탈하게 웃으며 첫인사를 건넸다. "할망(할머니의 제주 방언) 촬영하러 왔수깡? 예쁘게 하고 올 걸 그랬네"라길래 제주도 사람 중 제일 고우시다고 했다.

아침 일찍 해녀 작업장으로 모인 50여 년 경력의 해녀들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윤 할머니가 다른 해녀들을 기다리는 동안 50여 년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떻게 해녀가 됐는지.

그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해녀의 삶을 택했다. 15살쯤부터 시작한 해녀 생활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스스로 채취하는 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많았지만 전복, 성게, 소라 등 직접 잡은 해물들을 팔아야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고통은 참아야 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잔병치레도 많아졌지만 윤 할머니는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 광활한 바다 앞에선 50년 경력도 무용지물

감귤빛 해녀복과 납 벨트를 찬 해녀들. 이곳에 모인 해녀들은 수영 실력에 따라 성게 팀과 뿔소라 팀으로 나눠 바다로 나간다. 뿔소라를 잡는 해녀들은 육지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바다로 나간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가 다가오자 세발 오토바이를 몰고 해녀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토바이 운전하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으니 집에서 작업장까지 오는 거리도 멀고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싣고 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기온은 12도. 아직 물에 들어가기엔 추울 날씨였지만 어촌계장은 바다 날씨는 변덕이 심해서 물질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주 까지만 들어가고 한 달 뒤에나 바다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취재 시기를 잘 맞춰서 왔단다.

80여 명의 해녀들은 감귤빛 해녀복으로 갈아입고 성게 팀과 뿔소라 팀으로 분류했다. 분류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뿔소라를 잡는 해녀는 수심이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해서 수영을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이 뿔소라를 잡는 편이란다.

성게를 채취한다는 문국자 해녀는 "평생을 바다와 동고동락한 해녀들이라도 파도가 심해지면 생사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뭘 잡으러 갈지도 달라진다"고 했다.

◆ 함께라서 가능했다

비장한 모습으로 성게를 채취하러 가는 해녀들. 뒤에 부표 같기도, 공 모양 같기도 한 것이 태왁이다. 해녀들에겐 없어선 안될 기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감귤빛 해녀복만 입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납 벨트를 차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수심 깊은 곳으로 잠수할 수 있다고. 물질할 때 없어선 안될 필수품이지만 수면 위로 오를 때는 반대로 체력 소모가 더 심하다고 했다. 이 문제를 보완하는 게 태왁(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공 모양 기구)이란다.

아무리 수십 년 경력의 해녀라도 힘은 빠지기 마련이라 태왁을 튜브 삼아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게다가 채취한 해물들을 넣는 주머니 역할까지 더해져 없어서는 안 될 기구라고 했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수경에 쑥을 문지르거나 침을 뱉는 것. 그래야 잠수 했을 때 김이 서리지 않아 물질 할 수 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에야 작업장에서 나간단다. 각자 팀을 꾸린 이후에는 10여 명씩 짝을 지어서 바다로 향했다. 이제 들어가서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았단다. 해녀들은 갑자기 수경에 '카악 퉤' 침을 뱉더니 쓱 문질렀다. 왜 거기다 침을 뱉냐고 물으니 그래야 물속에서 김이 안 서린단다. 쑥으로 문지르기도 하는데 바쁠땐 침 뱉어서 하는 게 제일 빠르고 편하다고 했다.

지금 바다에 들어가면 4~5시간은 있어야 돌아온다고 햇볕을 피해서 있으라고 했다. 해녀들 물질하는 걸 언제 이렇게 자세히 보겠냐고 괜찮다고 몇 시간을 그늘도 없는 곳에 앉아있었더니 kf94 마스크 라인 따라서 얼굴이 탔다. 못 볼 꼴이다. 독자의 눈 보호를 위해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다.

그렇게 오래 있어도 안 힘드냐고 물으니 해녀들은 "혼자면 당연히 그렇게 오래 못 있겠지만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니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오랜 작업에도 예전 같지 않아

쉴 틈 없이 성게를 채취하는 베테랑 해녀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 반쯤부터 시작한 물질은 오후 2시쯤 돼서야 성게를 가득 짊어지고 육지로 나왔다.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진 채로 나온 해녀들에게 "고생한 보람이 있다. 정말 많이 잡았다"고 했더니 이 정도면 예전에는 2시간이면 다 건졌을 양이다"고 했다.

이성녀 해녀회장은 "옆에만 봐도 낚시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거기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어획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해녀들이 성게를 채취하는 바로 인근에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늘 그렇듯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다른 해녀들도 과거를 회상하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며 "전에는 돌멩이만 들춰봐도 전복이 나오고, 문어, 해삼 온갖 해물들이 다 나왔는데 이제는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도 건질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 바다가 좋아서

4시간 동안의 물질의 결과물은 해녀의 남편, 이웃 등이 트럭으로 한 곳에 옮겨 놓는다. 많이 건진건 줄 알았는데 옛날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양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마트에 가서 장 보듯, 바다에 들어가기만 하면 당연하게 성게·소라·해삼이 잡히는 것이 아녔다. 그래서 해녀들은 농사일도 함께 한다고 했다. 물질이 끝난 이후엔 집으로 돌아가서 밭도 가꿔야 했다. 금채기에 벌이가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다 보니 1년 365일 쉬지를 못한다고 했다.

채취한 성게는 어디로 팔려 나가냐고 물으니 손질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알맹이 채로 주면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집에서 성게 손질을 마친 뒤에 어촌계 사무실로 가져와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먼 바다까지 나가서 뿔소라를 채취한 해녀들은 걱정이 더 많다. 약 90%가 일본 등으로 수출 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출길이 막혀서 판로가 걱정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뿔소라를 채취하러 간 해녀들의 경우는 깊은 바다까지 들어갔기에 배로 실어 와야 했다. 이렇게 고생해도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내수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판로가 많이 없다고 했다. 특히 뿔소라는 약 90%가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어 물질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해녀들은 바다로 향한다. 윤희옥 해녀는 비록 판로가 막히고 몸이 힘들어도 물고기 헤엄치는 모습, 맑은 바닷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더 행복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남고 싶었어요. 해녀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거든요."

윤희옥 해녀가 채취한 성게. 해녀라서 자랑스럽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잡아온 것은 '성게'도 '뿔소라'도 아닌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 제주 바다에 울려퍼진 걱정·원망·탄식의 한숨 소리

해녀들이 채취한 성게는 집에서 손질 후에 어촌계 사무실에서 무게 측정 후 수협, 상인들에게 당일 판매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바다를 이토록 사랑하는 해녀들에게 요즘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된 물을 방사성 농도를 낮춰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격에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충분히 희석해 주변 환경과 안전에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량의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은 전례가 없어 환경과 건강에 미칠 영향도 미지수다. 게다가 해녀들은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기 때문에 이 같은 일본의 결정에 대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녀들은 이토록 깨끗한 청정 바다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 식탁에 오를 음식을 생각해서라도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문국자 해녀는 "50년 넘게 물질하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다. 우리 해녀들은 물질하는 동안 자연스레 바닷물도 마시고 할 텐데 그 물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라고 생각하면 해녀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겠냐"며 "무엇보다 방사능에 오염된 성게·해삼 등을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냐"고 토로했다.

또 "우리의 생업을 다 떠나서 이토록 지켜온 청정 바다가 오염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 아니고 뭐가 재앙이겠냐"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 청정바다 지키고파

물속에서도 넘어지는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수영할 줄 아는데도 수심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22일 오전에는 도시해녀 장성우 대표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바다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수영 강습을 몇 개월 받았기에 수영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해녀복, 태왁을 준비해서 바다에 들어간 순간 바닷물을 엄청 들이마셨다. 막연히 수영장처럼 숨 참고 들어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다. 파도가 출렁이고 귀는 이명이 왔다. 물질이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짜 해녀처럼 납 벨트를 하고 바다에 들어갔다면 진짜 정신줄을 놓은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수영장과 너무 다른 상황에 당황해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장 대표의 도움을 받아 물에 뜨는 법부터 다시 배운 뒤에서야 잠수에 성공했다.

채취할 것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잠수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멋있게 찍히고 싶었는데 엉거주춤하게 찍혔다. 오른쪽 손을 자세히 보면 문어가 먹물 내뿜고 있는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본 광활한 바다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서 돌아다니고, 바위 밑에는 문어가 기어다니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깨끗했다. 해녀의 말처럼 이 깨끗한 바다를 지킬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지 다른 것이 재앙인가 싶을 정도로 왜 그토록 이 바다를 지키고 싶어 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사진으로는 수심이 별로 안 깊어 보이지만 수영 초보들은 공감할거다. 땅에 발지 닿지 않는 곳에서 수영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건지. 마음은 이미 심해 깊은 곳을 수영하는 기분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처음 물질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체력이 방전됐다. 태왁을 이용해 체력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오리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해서 쉽게 지쳤다. 80세가 넘는 고령의 해녀들이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에서 나오지 않고 물질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수산시장을 가고, 마트에 가면 늘 있던 것들이 그냥 오는 게 아녔다. 어머니들의 땀과 눈물, 고통을 통해 우리 앞에 놓여지는거였다.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싸냐고 깎으려고 했던 내가 조금은 반성하게 됐다.

또, 내가 좋아하는 문어숙회를 외국산이 아닌 청정 바다에서 잡은 국산으로 먹고 싶기에 나부터 더 노력하기로 했다. 물질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 바다에 왜 락스통이 버려져 있는지 담배꽁초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버려진 쓰레기들을 하나, 둘 주웠다. 조금은 바다가 깨끗해졌으면 해서. 우리 것은 우리가 소중히 다뤄야 하니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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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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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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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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