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기자의 체험기] 어느 날, 내가 죽었다

기사입력 : 2021년04월13일 09:31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04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하늘은 파랗고, 길거리엔 벚꽃으로 가득했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고 걷기만 해도 행복한 날이었다.

이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전화벨 소리였다.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들어오는, 아주 기분 나쁜 공기가 느껴졌다. 인간에겐 초능력이 있다. 그 기분 나쁜 전화벨 소리, 신의 알람이었다.

"전기자, 본부장님께서 오늘을 못 넘기실 것 같아. 준비해."

두려웠다. 차라리 지독한 악몽을 꾼 것이라 믿고 싶었다. 10개월의 췌장암 투병을 이어나가면서도 주변을 챙기던 모습을 떠올리니 건강이 좋아지진 않아도 나빠지진 않고 있어서 곧 퇴원하진 않을까 믿고 있었다.

의지가 강한 분이었기에 병원에선 저렇게 말을 했어도 몇 시간 후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전기자, 어디 취재 나갔어? 오늘 기사 몇 건 작성 안했네"라며 연락을 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희망도 잠시 곧 절망으로 다가왔다.

삶은 타이머처럼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어느 순간 타이머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간다고 인식을 하고 있지만 하루를 죽어가는 삶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불편한 사실이다.[사진=시계 화면 캡쳐] 2021.04.12 kh10890@newspim.com

갑작스러운 죽음에 마음속에 꼭꼭 묻어놨던 말들을 전하지 못했다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몇 번의 기회는 있었지만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생각에 표현을 잘 안 했던 것 같다.

문득 나도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 질환 등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 100살까지 살 거다.)

내 삶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라 생각하고 보내보기로 했다.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감정이입이 쉽지는 않을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삶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좋을 것 같았다.

◆ 오전 6시 30분, 하루의 첫 시작

부모님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다. 그래서 아버지는 평일에 혼자 식사를 하실 때가 많았다. 차린건 장어를 구운 것 뿐이지만 진수성찬이라고 좋아하셨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눈을 떠보려고 해도, 떠지지 않는 이른 아침이었다. 5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알람을 3개나 종료 시킨 이후에나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식사를 차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차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평소엔 늦잠 자느라 출근하는 모습도 못 보는데 이 정도 밖에 못 차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 오전 9시, 처음 그리고 마지막

내가 떠난 이후에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꿀팁들을 적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내가 갑작스레 떠난 이후 슬픔 뒤엔 누군가는 당황·원망할 것이 뻔했다. 마무리를 잘해야 했다. 평소처럼 출근해서 나만의 노하우와 비상연락처 등을 문서에 담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이곳에서의 처음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앞에 버젓이 있는 리얼돌 체험방을 없애보려고 신고도 하고 기사도 써봤고,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화장실, 대중교통, 관공서 등을 찾아 나서며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사를 쓰고, 민원을 넣어봐도 잠시 변하는 척만 할 뿐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회의감에 기자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때 마음을 잡아준 사람이 본부장님이었다. "기자인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욱 변하지 않을 거다. 좋은 결과를 이뤄내지 못했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노력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겠냐고"

◆ 오전 11시 30분, 소소하지만 해보고 싶었던 것들

건강이 부쩍 나빠져서 운동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핑계만 늘었다. 푸르른 나무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진작에 올걸.[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가 아닌 30살의 나로서는 잘 살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건강은 잘 챙겼는지, 주변은 잘 돌봤는지 돌이켜보니 일 외에는 열심히 한 것이 없었다. 서툰 것 투성이었다. 신체적 건강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정신적 건강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을 열심히 하면 내 인생도 잘 돌본 것이라 생각했기에.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로 늦었다던데 그래도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원으로 향했다. 산책 후 모닝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갖고 싶었는데 평소엔 이것도 사치처럼 느껴져서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럴 시간에 잠을 더 자겠다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 오후 1시, 그때는 몰랐던 것들

서울에서 의경으로 군복무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광주시청 잔디숲 광장에로 군복무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2015년에 광주시청에 건립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내 인생과 가치관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군 복무 시절을 회상했다. 서울에서 의경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많은 시위들을 겪었다.

몇 층인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빌딩의 건물 앞에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노동자들의 시위,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탑승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시위 등 사연은 다양했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은 아니어도 이들도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해서 전역 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식 사 먹을 돈을 쪼개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쌀을 기부했고, 홀몸 어르신들에겐 아들·손주가 되어드렸다.

환경 문제에도 관심 있었다. 길거리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쓰레기장은 꽃밭으로 만들었고, 누군가 배려 없이 뱉어 까맣게 변해버린 껌딱지에 그림을 그리고, 낙서로 얼룩진 벽에는 이끼로 그래피티를 그렸다.

대학교 3학년 땐 광주·전남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이렇게 계속 의미 있는 삶을 고민하던 중 기자를 꿈꾸게 됐다.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서.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들도 많아지면서 '좋은 일도 일단 나부터 뭐든 갖추고 좋은 일을 해야지'라며 핑계를 삼곤 했다.

대학생 시절보다 경제적 능력은 증가했지만 마음은 가난해져만 갔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와서야 깨달았다. 학창 시절이 행복했던 이유는 경제적으로 풍족해서가 아니었단걸. 

◆ 오후 2시, 고마웠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돈쭐(?) 내줘야 하는 가게 중 하나. 이런 진수성찬이 나옴에도 1000원이다. 사장님은 식당 운영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인근 보험회사에 취직해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은인들에게 꼭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다. 마음은 늘 있었지만 연락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반가워하지 않을까 봐 연락을 주저했던 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제일 먼저 생각난 곳은 1000원 밥상으로 유명한 '해뜨는 식당'이었다. 어려운 이웃의 배고픈 설움을 달래주는 식당이라는 뉴스를 접한 뒤 나도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고 쌀 기부도 몇 번 했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말만 번지르르 하고 몇 년 동안 찾아뵙질 못했었다.

몇 년 만의 방문이라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이게 누구야! 왜 이리 오랜만에 왔어. 어떻게 사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연락처도 몰라서 소식을 접하질 못했는데 이렇게 얼굴 봐서 좋다"고 격하게 반겨주셨다.

그러고는 얼른 자리에 앉으라며 뜨끈한 된장국에 고봉밥을 내어주셨다. "사장님 그리고 이 맛있는 된장국이 정말 그리웠는데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사는 게 다 그렇다. 마음만 있었으면 된 거지. 앞으로 자주 찾아오라"고 했다.

여자친구가 꽃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몇 번 사준 적이 없었다. '네가 꽃인데. 무슨 꽃이야'라고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그 돈으로 밥 한 끼 사먹고 말겠다는 생각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식사 후에는 꽃을 사러 갔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꽃 선물을 받아본 지 언젠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네가 꽃인데'라고 얼버무렸던 게 마음에 걸렸다. 꽃집에서 제일 예쁜 꽃다발을 추천받아 선물했더니 어린아이처럼 까르륵하면서 좋아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더라면 더 자주 많이 사줄 걸 그랬다.

◆ 오후 5시, 가족에게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힐튼호텔 객실에 하트 모양으로 불이 켜져 있다.[사진=뉴스핌DB] 2020.11.27 kwonjiun@newspim.com

엄마. 늘 받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가면 효도해야지. 군대 전역하면 효도해야지. 취업해서 돈 벌면 효도해야지. 늘 해야지 마음만 먹고 실천에 옮기지도, 표현하지도 못했습니다. 자식이니까 당연히 뭘 해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컴퓨터 보느라 눈이 아프다고 할 때도, 다리 아프다고 주물러 달라고 할 때도 대충 만지작 하기만 할 뿐. 사랑을 받는 것만 알지 돌려주지를 못했습니다. 

아빠. 30여년간의 몸담은 직장을 퇴직한 이후에도 사회에 봉사하겠다며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겠다고 했을 때 차마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시라고 하질 못했습니다. 다른 아버지는 퇴직 후에 편히 여행도 다니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즐기면서 산다고 하던데 제가 못나서 아버지도 그렇게 할 수 있게끔 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늘 슈퍼맨 같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흰머리가 생겨나고, 주름이 한 줄 두 줄 늘어갈 때마다 제가 뭘 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애써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물질적인 걸 바란 게 아닌 그저 대화 몇 마디 건네는 걸 원하셨단 걸 알면서도 으레 말 안 해도 알겠지. 부끄러워서 표현을 못 했습니다.

형. 긴 말 안 해도 통하는 사이. 그래서 긴 말이 필요 없는 사이. 다만 부모님 속은 썩이지 말기를.

이런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힘들어도,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아빠니까 많은 것들 포기하고 저에게 양보했던 것 잘 압니다. 그러니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엄마·아빠의 부모님이 될게요. 제가 받았던 사랑, 그 이상으로 돌려줄게요. 엄마·아빠의 아들이라 행복했고,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 오후 7시, 친구와 작별 인사

삼겹살 사준다니까 시험공부도 미루고 나오던 녀석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삼겹살에 막걸리 한잔하자고 했다. 최후의 만찬으로 이보다 나은 게 없었다. 잔을 기울이며 마음도 표현했다. 덕분에 좋은 추억만 갖고 떠난다고. 

◆ 오후 10시, 그래도 행복했다

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것이 꿈이었기를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30년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마냥 좋은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녔다.

학창 시절 친구랑 싸우고 눈탱이 밤탱이가 됐던 기억, 서류 내는 족족 떨어졌던 기억, 새벽 4시에 전화를 걸어 "자냐"고 물은 뒤 "얼른 자라"며 악의적으로 괴롭히며 밤잠 설치게 했던 옛 회사 본부장님, 이상한 트집 잡아 욕하던 선배들. 어렵사리 지워낸 기억들.

미워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좋은 기억만 가져가고 싶기에 당신들을 용서하려 합니다. 그래도 당신들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으니.

故지영봉 본부장님, 부디 지금 계신 곳에선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보고 싶습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12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지영봉 본부장님. 저희 곁을 떠나신지 벌써 1주일이나 흘렀네요.

믿기지가 않아서 현실이 아니라 꿈이길 바랐습니다. 차라리 술을 많이 마셔서 지독한 악몽을 꾼 것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통화에서 "전기자,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했던 본부장님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틀리셨습니다. 저야말로 본부장님께 받기만 했을 뿐입니다. 부디 지금 계신 곳에선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본부장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kh10890@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사진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2019년, 쌍방울로 하여금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재직 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중 2억5900여만 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을 합해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 원으로 감형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개월이 감형됐다. 2신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범행 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스마트팜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는 점, 김성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추진 등 이익을 도모한 사정도 있고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검사의 사전면담 등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판단,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 뇌물귀속 주체와 고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서 정치자금과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05 10:45
사진
외교부 장관 김현종·조현 거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대미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다. 미국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여전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강조해왔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통상환경의 변화와 경제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등의 적극 참여를 통해 글로벌 현안 적극 대응하고 2025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계승 발전해 글로벌 사우스와 권역별 협력을 심화하고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GVC) 안정화를 위한 통상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특보, 위성락 민주당 의원, 조현 선대위 국익중심실용외교위 공동위원장, 안규백 의원. [사진=뉴스핌DB] 북핵 대응으로는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고도화를 내세웠다.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대응의 기본 원칙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비롯해 군 정보기관 개혁, 육·해·공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급된다. 조 전 차관은 선대위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 의원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유엔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군 출신이 아닌 5선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해 왔다. heyjin@newspim.com 2025-06-05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