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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세상을 음소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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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보행자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졌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발을 내디딘 순간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든 우회전 차량에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 자동차 소리를 못듣고 앞만 보고 곧장 뛰어갔다면 그대로 차에 치였을거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음악 어플을 켰지만 정적만 흘렀다. 이어폰이 고장난거였다. 음악은 재생되고 있었지만 이어폰이 고장난 탓에 음소거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들리지 않는다는 불편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나는 고작 이어폰 고장이지만 누군가에겐 세상의 모든 소리가 고장난 이어폰처럼 음소거 상태로 살고 있었다.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극도로 예민해졌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광주에 등록된 청각장애인 수는 1만 74명이다. 광주 인구수(144만 9115명) 대비 0.7% 정도다. 장애 유형으로 살펴보면 14.5% 정도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리를 듣는다' 많은 이들에겐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소원일 수도 있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작년부터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체험할 방법이 없었다. 장애인복지관에 문의해봐도 청각장애인 체험은 달리 체험할 방법이 없어서 교육차원에서도 늘 고민인 부분이라고 했다.

지체장애인 체험은 휠체어를 타면 됐고, 시각장애인은 눈을 감으면 됐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체험은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체험 우선순위에서도 점점 밀리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생각에 완벽한 소리를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봤다.

◆ "안들려. 뭐라고?"

스펀지 귀마개로 1차로 귓구멍을 막은 뒤 2차로 묵직한 소음 차단 덮개까지 착용하면 엄마의 잔소리가 립싱크로 보이는 정도는 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예비군에서 사격할 때 스펀지 귀마개로 귓구멍을 꽉 막으면 총소리를 많이 줄일 수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근처 1000원 마트에 가서 귀마개를 구매 후 길거리에서 착용해보니 자동차 소리가 고요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정도는 조용히 말해도 대화 내용을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인터넷 검색 도중 '소음 차단용 귀덮개'를 찾았다. 바로 택배 주문을 했다. 설날 연휴로 엄청나게 많은 물량이 있었음에도 배송이 빨랐다. 택배 체험으로 알게 됐지만 명절에는 일당을 2배로 준다고 해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많은 물량이 쌓인다(TMI).

2일만에 도착한 헤드셋과 비슷하게 생긴 귀덮개와 스펀지 귀마개를 같이 착용해보니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소거 한 것처럼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물론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소리가 '웅~~' 이렇게 들려서 가까운 곳에서 나누는 대화 내용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불가피하게 벗어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곤 6일 동안(6~11일) 착용하면서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 푸른 바다 앞, 들을 수 없는 파도 소리

신안군 바다. 눈으로만 봐도 좋을 것만 같았지만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바다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았다. 사진 이쁘게 찍으려다 밀려온 파도에 신발이 다 젖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전남 신안군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들에게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 만큼 힐링되는 것도 없기에 체험을 핑계삼아 휴식하러 갔다.

설레임을 가득 안고 바다에 도착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바다는 적막함 그 자체였다. 갈매기의 '끼룩끼룩', '쏴아~' 파도 소리도 들을 수 없자 보이는 것 만큼 듣는 것 또한 감정을 느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 '코로나19' 1년...청각장애인에게는 더 끔찍한 시간이었다 

식사 중에 나누는 대화에서도 소통이 힘들어서 글씨로 작성해서 대화를 나눠야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30여분을 가만히 앉아 바다 풍경만 바라봤다. 파도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나 홀로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끝이 안보이는 바다, 출렁이는 파도, 날아다니는 갈매기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겪어보니 문제는 따로 있었다. '소통'이었다. 오랜 시간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만하고 숙소로 돌아가자는 친구들의 말이 들리지 않아 뒤에서 '툭' 하고 건드리는 가벼운 터치에도 깜짝 놀라 심장이 주저앉는 느낌이었다.

가까이 마주보고 있을 때에도 문제였다.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다른 유형의 장애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도 정도의 차이가 많이 있다고 했다.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을 착용하면 비장애인과 비슷한 일상이 가능한 사람도 있는 반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 입모양을 보고 하는 구어나 손으로 하는 수어를 써서 대화한다고 했다. 

최대한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체험하려고 했기에 묵직한 귀덮개를 내 몸처럼 착용하고 다녔다.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로 인해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말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마스크가 들썩거리는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하고는 있구나' 정도로만 짐작할 뿐이었다. 청각장애인들은 1년여간을 기본적인 소통 자체도 사치로 느껴질만큼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 집콕 하라고요? "집에선 아무것도 못해요" 

설날의 묘미는 역시 집에서 보는 설 특선영화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보는 한국영화는 자막이 나오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설 음식을 많이 먹어서 뒷목살이 접힌 상태로 영화를 보는 전 기자 [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평일은 여느 때처럼 재택근무를 했다. 기사를 작성하는건 듣지 않아도 됐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취재원에게 걸려온 전화에 생각이 바뀌었다. 전화가 왔으니 당연히 무슨 말을 하고 있겠지. 짐작만 할 뿐 알아들을 수가 없어 메시지로 남겨달라고 했다.

점심을 먹고 쉬는시간. TV에는 설 특선영화들이 나오고 있었다. 여러번 봤던 영화였지만 자막이 나오지 않아 어떤 전개로 흘러가는지만 기억을 더듬어서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를 보는 편이 더 영화 감상이 편했다. 보고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것만 봐야 했다.

유튜브 자막 서비스를 이용했다. 도를 아십니까 퇴치 영상이라는 제목이지만 자막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진=유튜브 캡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자막이 안나오는 TV를 보는 것 보단 유튜브를 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노트북을 켜고 유튜브에 평소 자주 찾아보던 몰래카메라 채널을 검색했다. 화면 하단에는 '자막 서비스' 기능이 있기에 눌러봤더니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자막이 나왔다.

다른 채널의 유튜브 영상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 자막을 넣은 채널 외에는 자막서비스가 엉터리였다. 그중 하나를 적어보겠다. '얼굴 찾고 찾아도 잠깐만 자 서영훈 인데 자주 20 모조 악어 모이게' 무슨 말인지 해석 가능한 분은 kh10890@newspim.com으로 답을 알려주시길.

◆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청각장애인들은 갑작스레 전화해야 할 상황이 제일 막막하다고 했다. 저녁 늦은 시간 은행 ATM 업무를 보러 왔다가 기기고장으로 전화해야 상황이 오면 막연하게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만 했고,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전화하는 것에 가장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사진=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캡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지체장애 체험을 할 때도, 시각장애 체험을 할 때도 똑같이 했던 말이다. 당장은 장애인을 위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휠체어가 편하면 유모차, 물건을 끌고 가는 사람 모두가 편한 것처럼 조금만 입장을 달리 보면 결국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안해지는 거였다.

청각장애도 마찬가지다. 취재차 만난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여러번 번호를 눌러야 하는 관공서, 은행 등 전화를 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들린다고 해서 모두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녔다. 보이는 ARS만 도입 됐어도 모두가 편할 일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곧 일상의 모든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관공서, 병원, 동네 맛집 예약 등 전화가 필요한 곳에 나 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들은 실시간으로 수어나 문자로 중계통역을 해주는 손말이음센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옆에 있는 지인 등을 통해서 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 청각장애인은 "만약 누군가가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그건 청각 장애인이 보내는 도움의 신호이다"고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또 "보청기 한 사람, 특히 아이들을 보고 측은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 쓰듯 잘 안들리는 사람은 보청기를 끼는 거라고. 그 작은 기계로 청각장애인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 불편할 뿐,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개그맨 신동엽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친형의 청각장애 사실을 털어놨다. 국내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의 수는 37만 7000여 명이다. 누군가의 친형일수도, 누군가의 이웃일수도 있다. 서로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사진= KBS '안녕하세요' 화면영상 캡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모든 사람들이 며칠간만이라도 눈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축복할 것이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하고 침묵은 소리를 듣는 기쁨을 가르쳐 줄 것이다"라는 헬렌켈러의 말처럼 6일간의 체험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느꼈다.

소리를 듣는 것은 돈이 필요한 것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누려지는거였다. 그러다 음소거 속 세상을 살아보니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순간 다른 신경에 집중하느라 극도로 예민해졌고, 소통이 힘드니 사람과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 강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한 탓에 화면이 아닌 책을 보는 것이 이해가 더 빨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그러다보니 수다를 좋아하는 내가 입을 열지 않게 됐고, 좋아하는 음악·영화 감상도 내겐 먼 이야기가 됐다. 인터넷 강의 강사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 40분짜리 강의를 듣는데 3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언제 끝날 걸 아는 체험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평생 겪을 일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중 92.8%가 후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특히 만 20세 이후 청각장애가 발생한 이들도 78.4%나 된다. 뭔가를 잘못해서 장애를 앓게 된 것도, 운이 나빠서 아픈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질환, 사고 등으로 그리 됐을 뿐이라는거다.

갑작스럽게 생긴 장애에 수어를 배우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문자언어로 대화를 주고 받는 필담(筆談)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니 수어를 모른다고 청각장애인과 소통을 절대 못할 것이라고 지레 겁먹고 피하지 말아 달라.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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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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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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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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