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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인사이드] 與·박영선, 박원순 피해자의 2차 가해 방지 요구에 입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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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당에 하실 말 있다면 제게 하라,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
"박 후보 참모, 유권자와 눈높이 맞지 않아" 당내 비판도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2차 가해를 묵인했다'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 호소에 더불어민주당은 계속해서 함구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피해자 호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당과 후보가 서로 입을 닫는 가운데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성향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피해자가 기자회견 중 "상처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공무원 정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선관위에 신고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민주당의 한 재선 여성의원은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 요구와는 동떨어진 답변을 후보와 당 지도부가 내놨다"며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인지 씁쓸하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에게 승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3.17 leehs@newspim.com

◆ 당 지도부와 후보의 '반쪽짜리 사과', '2차 가해' 질문에 답 없는 박영선  

민주당과 박 후보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식의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대한 피해를 호소한 것과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칭을 만든 남인순 의원 등에 대한 조치 요구에는 별다른 답이 없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을 대표해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민주당은 피해자가 더 이상 무거운 짐에 눌리지 않고 아무 불편 없이 일상으로 정상 복귀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상적 일상 복귀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캠프에서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영선 후보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 낙산공원 종로구 공약 발표 이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침에 다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2차 가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는 취지로 재차 묻자 "아침에 다 말씀드렸다"라고만 언급. 즉답을 피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관악구 공약 발표 당시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상황과 진심을 전하는 것은 바깥으로 보여 지는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앞서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는 지난 17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용서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그동안의 2차 가해에 대한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A씨는 "사실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드는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모든 일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상처 줬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 2021.03.17 photo@newspim.com

◆ "공개 발언 준 것도 당이 달라진 것 아니겠나" 해명도

여당 내에 지도부와 후보 해명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2차 가해가 많다는 것은 인정하고, 후보 해명도 부족한 점도 많았다"며 "박 후보와 정무적 판단을 하는 참모들이 유권자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당 내에서 공개 발언은 여전히 삼가는 분위기다. '박원순 피해자'에 대한 언급 자체가 유권자로 하여금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라는 '원죄'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계속해서 '말꼬리가 잡히다 보면 불리하다'는 식이다.

의원들의 공개 발언이 준 것을 두고서도 '당이 변했다'는 변호도 있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처음 사건이 알려졌을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 둘 의견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적다"면서 "2차 가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자들에 대한 '눈치'도 함구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박 후보는 사과문을 낸 바로 다음날인 18일부터 서울시 각 지역을 돌며 정책 공약 발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가 정책 선거로 다시 선거판을 돌리려 한다"면서도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가장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공개적으로 2차 가해 사과 입장을 낸 양향자 최고위원에게는 지지자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회견 직후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저의 잘못이다"며 "피해자에 이뤄지고 있는 2차 가해 역시 우리 당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원내대표)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2021.03.18 leehs@newspim.com

한편 박 후보와 민주당이 사실상 '함구'를 택한 것을 두고 야당 비판은 줄을 잇고 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박 후보가 용서를 구한다면 기자회견장에 서서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혀야 했다"며 "'짧은 입장문을 SNS에 게시해도 무방하다'는 판단, 참담하다. 피해자가 공식석상에 나와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한 응답이 고작 그 정도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여성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인정한 성범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모욕하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던 남인순·진선미·고민정·이수진에 대한 (선거운동)배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와 민주당은 피해자의 최소한의 요구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가식적인 용서만을 늘어놓으며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선거용 멘트만을 날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with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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