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폭스바겐, 배터리 직접 생산 잇따라 선언
다양한 성능의 배터리 제작...차종 다양화 견인
"국내 완성차, 배터리 내재화 변화에 빠른 대응 가능할 듯"
[편집자]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자사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의 '자립'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의 자체 배터리 탑재 비중을 80%까지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이같은 선언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K배터리)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폭스바겐 최대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립 선언의 노림수와 K배터리의 대응 과제를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자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K배터리 업체들에게는 공급선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완성차 업체의 자립형 배터리에 맞설 탁월한 품질력과 원가경쟁력 확보가 당면한 과제인 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폭스바겐 등이 잇따라 '배터리 자립'을 선언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로 배터리 자체 생산으로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 전기차 가격도 내려간다.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더 많이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EV 골프 GTE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를 열고 오는 2022년까지 배터리 공장을 짓고 2023년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지난 15일 '파워데이'에서 오는 2023년 첫 번째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모듈과 패키징을 생략한 '통합형 배터리 셀(Unified cell)'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양산해 생산 비용을 지금보다 56% 인하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목표 생산규모는 100Gwh다. 폭스바겐도 '통합형 셀'을 2030년까지 80% 차량에 적용한다. 배터리 비용을 엔트리급 세그먼트에선 기존 대비 50%까지, 볼륨 세그먼트에선 30%까지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BMW도 배터리 개발 기술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SDI나 중국 CALT 등 배터리 업체의 제품을 납품받아 전기차를 만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 전략으로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에 맞는 배터리를 일일이 주문하지 않고 직접 개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공급선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K배터리가 탁월한 품질력과 완성차 자립형 배터리를 뛰어넘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이유다.
한편, 해외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전략 수정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의 빠른 생산시설 구축 능력과 배터리 밸류체인, 인력이 밀집해 있는 국내 특징을 고려할 때 배터리 내재화로의 변화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 완성차들은 전통적으로 원가구조 설계 능력이 뛰어나고, 배터리 관련 기술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필요성이 발생할 경우 빠른 실행이 가능한 구조를 감안한다면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