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대신 '패공족' 생겨…패스트푸드점 점심시간 '북적'
카페업계 "영업제한 기준 납득할 수 없어" 18억원 손배소 청구
방역당국 세부지침 다르게 해석하는 구청…현장 혼란만 가중
[서울=뉴스핌] 김유림 이정화 기자 = #A(31) 씨는 최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A씨는 "친구와 앉아서 얘기할 만한 곳을 찾다가 들어갔는데, 디저트류를 시키면 앉아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키고 디저트는 집에 포장해 왔다"며 "당시 매장은 테이블 사이로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브런치카페에 들렀던 B(32) 씨도 '디저트 메뉴를 시키면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B씨는 "문 닫기 15분 전이라 포장만 해왔다"면서 "이미 한 테이블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부가 오는 지난해 11월 19일 0시를 기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힌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거리두기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2020.11.17 pangbin@newspim.com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카페의 매장 영업이 금지됐지만, 일부 브런치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디저트 등을 주문할 경우 매장 이용이 가능해 영업제한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방역당국의 세부지침에 대한 구청의 해석이 달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데다 일부 패스트푸드점과 브런치카페에 사람이 몰리면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 '카공족' 대신 '패공족' 생겨날 지경…카페 업주들 "형평성 어긋나"
1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수도권 카페의 경우 지난해 11월 24일부터 매장 영업이 전면 제한됐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패스트푸드점과 브런치카페 등에서는 햄버거나 브런치 메뉴를 주문할 경우 매장 이용이 가능해 오히려 거리두기 단계 상향 이전보다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다.
점심시간에는 종업원들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장이 사람들로 붐비면서 매장 내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햄버거를 시켜야 앉아 있을 수 있다고 해 먹지도 않을 햄버거를 시킨 적이 있었는데,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애플파이 같은 디저트류만 시켜도 앉아 있을 수 있다고 해 '이래도 되나' 싶었다"며 "그리 넓지도 않은 매장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를 마셔서 불안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이 같은 '방역 구멍'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카페 업주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카페업계는 생계를 위협받으면서 방역수칙을 지키는데, 영업제한 기준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카페 매장 영업이 제한되면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대신 '패공족'(패스트푸드점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풍선효과가 나타나 패스트푸드점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똑같이 입으로 섭취하는 식당, 술집은 저녁 9시까지 매장 영업이 가능하지만 카페만 매장 영업을 금지하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카페 업주들은 전날 정부를 상대로 약 1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는 358명이 참여했다.
고 회장은 "17일 이후에도 매장 영업이 중단될 경우 정부의 규제에 불복해 강제로 매장을 오픈한다는 사장님들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 주먹구구식 방역 수칙…빵은 나가서 먹고 샌드위치는 안에서
이런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세부방역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에는 브런치카페·베이커리카페,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음료·디저트류만 주문하는 경우 포장·배달만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브런치카페·베이커리카페는 매장 내에서 불을 사용해 직접 조리한 음식(파스타, 오믈렛 등)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한정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규제 완화 또는 재고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1.01.13 dlsgur9757@newspim.com |
중대본의 세부 규정이 없다 보니 지자체들은 카페 업주들이 문의할 때마다 중대본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각자 지침을 만드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메뉴의 80% 또는 매출의 80%가 불로 조리하는 식사류일 경우 매장 이용이 가능하다고 규정을 마련했으며, 1시간 이내 머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구청마다 이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느 구청에서는 감자튀김이나 샌드위치를 매장에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아예 불가능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구청마다 해석을 다르게 하면서 업주들의 혼란과 불만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사무국장은 "다 안 된다고 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샌드위치는 되는데 빵은 또 안 된다고 하고, 어떤 데는 매장 이용 1시간이 넘어가면 안 된다고 한다"며 "브런치나 점심을 간단하게 빵이나 케이크를 드시는 등 사람마다 식성이 다른데 너무 주먹구구식 일관성이 없는 규정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2층짜리 대형 카페는 열을 가한 감자튀김을 시키면 매장에 머무를 수 있고, 빵이나 케이크는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다. 카페는 커피와 함께 파스타와 피자, 베이커리도 판매하고 있지만, 메뉴판 절반 이상은 커피와 차 등 음료종류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중대본의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서울시 역시 현장 방문을 해야 방역 수칙 위반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자튀김이 식사류에 들어가는지는 해당업소에 직접 방문해 점검해야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80% 음식 메뉴에 감자튀김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돼 처벌해야 한다면 매출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현재 정확한 지침을 시청이나 구청에서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구청에 문의하면 서울시에서 얘기 들어서 그렇다 하고, 서울시에 전화해보면 중대본 지침을 전달한 거라 정확히 모른다고 하고, 보건복지부에 연락을 하면 전화가 안 된다"며 "정부에서 거리두기 지침 만들 때 탁상행정보다 한 번만이라도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의 의견도 경청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cle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