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의 자발적 비혼 출산이 결혼은 하기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은 여성들로부터 큰 호응과 지지를 얻으면서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유리는 지난해 10월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급하게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비혼모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아빠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이기적인 거고 무섭기도 하다"며 솔직한 심정도 전했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소식이 전해지자 32세 직장인 A씨는 "아빠가 없는 아이로 키우는데 있어 사회적으로 받는 관심이 걱정되지만 사유리의 비혼 출산 선택은 응원한다"며 "여성이 스스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혼을 생각하면, 남성과 달리 여성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가정 내 남녀간 역할은 나눠져 있기 때문에 결혼 생각은 뒤로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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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정자기증을 통한 비혼 출산은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낳기는 힘든 현실이다.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윤리 문제로 난임부부에 한해 정자를 기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한 번에 300만원이 넘는 높은 수술비도 부담이기 때문에 인공수정과 난임 수술비가 지원되지 않는 비혼 여성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피하고 싶은 이유는 결혼 이후 가부장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구조로 지속되기 때문에 최근 '노동 중심 생애'를 지향하는 청년층에게는 결혼이 반드시 생애 주기에 생계로서 중요한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비혼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6월 30대 미혼 남녀 각 500명(총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경제적 부담의 이유로,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를 떠맡아야 하는 문화 때문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거라 생각해서'가 25.3%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가부장제·양성불평등 등 문화 때문에'가 24.7%로 뒤를 이었다. 또한 '비혼'에 대한 지지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혼이 자발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에 남녀 모두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여성은 87.2%까지 치솟았고, 남자는 63.4%에 그쳤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 이후 자신의 삶을 포기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성평등한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말 개최된 양성평등포럼 '초저출생시대, 2030 여성의 삶 노동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에서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보는 개인화 시대 청년층의 다양한 가족구성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이 체계적으로 발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비혼 출산 소식을 알린 사유리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2020.11.24 89hklee@newspim.com |
이번 사유리의 비혼 출산은 이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개념을 뒤바꾸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비혼 출산율이 40%에 육박하는 스웨덴의 사례와도 비교 불가다. 이 경우 혼인하지 않은 동거 가족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이 필요 충분 조건인 한국 사회에서는 사유리의 비혼 출산 선택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김권현영 교수는 "사유리의 비혼 출산의 사례는 '남자 없는 출산'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세대의 여성들은 결혼 제도 안에서 '남성은 고쳐가면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결혼을 위한 결혼은 하지 않겠다' '아이를 낳기 위한 규범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혼은 남자와 결혼, 출산 등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여성에게 남성은 필요 없다는 의미에서 요즘 여성들은 가부장제까지 가야하는 그 선택(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권현영 교수는 한국 사회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결혼 제도의 다양성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비혼이라는 것도 결혼 담론 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 해외서는 동거커플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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