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바이든시대] 재생에너지·헬스케어 '뜨고' 빅테크 '지고'

기사입력 : 2020년11월08일 09:56

최종수정 : 2020년11월08일 09:56

증세 등 바이든 정책, 미국 경제 및 시장에 '발목'
전문가들, 투자 관망 권고…"대선은 단기 이벤트일 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달라질 업계와 시장 분위기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적극적 경기부양과 증세 등 바이든 당선자가 내세웠던 공약들이 미국 경제와 대형 IT 기업 등에는 충격파를 던지겠지만,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산업, 유가나 금과 같은 일부 자산 시장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선이 결국 단기 이벤트일 뿐이라며 섣부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시장을 우선 관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에서 투표일을 나흘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정책, 성장에 '역풍'

업계 전문가들은 28%로 인상될 법인세나 추가 경기 부양책 등 바이든 집권 하에서의 새 정책들이 미국 경제 성장에는 역풍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밥 미셸 JP모간 글로벌 채권 대표는 "블루 웨이브로 법인세는 높아지고 에너지 및 보건 규제가 강화될 전망인데 이는 성장에 모두 역풍"이라면서 "당선자는 당연히 출발부터 경제를 끌어 올리올 할 테니 재정 부양책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 인프라, 교육 등에서 엄청난 부양책이 나올 수 있는데, 나머지 국가들도 미국과 디커플링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핌코의 리비 캔트릴 공공정책 부문 대표는 블루 웨이브가 증시와 신용 시장에 모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휩쓸면 금융 시장은 당장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 인상을 반영할 것이고, 이는 평균 이상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거래되고 있는 주식이나 신용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10년 평균인 15.5배를 크게 웃도는 (밸류에이션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T.로우 프라이스 미국 증시 애널리스트 케이티 딜은 "바이든 집권 하에 법인세가 21%에서 28%로 높아지면 실적에 부담이 되고,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줄고 주식 바이백 수준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해외 자회사의 소득 중 무형자산 소득에 대해 저율을 세금을 부과하도록 만든 '글로벌 무형자산 소득 저율 과세(GILTI)' 제도를 뒤집으려 할텐데 이는 해외에 사업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액티버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 담당이사 로버트 탈레브스키는 "바이든이 당선되면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주식 시장 흐름이 완만해지고, 이는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큰데 이는 재정 여건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 전망도 있다.

T.로우 프라이스의 딜은 바이든 당선 후 무역 긴장이 줄고 인프라 계획이 실행되면 추가 부양책과 맞물려 기업 실적이 개선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MP캐피탈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인 올리버는 바이든 집권 하에서는 트럼프 시절보다 정책 추진이 더 매끄러울 것으로 내다봤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긴장하는 '빅 테크'…미소 띠는 '신재생'

바이든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로 대표되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로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지난달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반독점위원회는 '디지털시장 내 경쟁 조사' 보고서에서 이들 빅테크 기업들을 독점기업으로 규정하면서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자 역시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선거운동 당시 바이든 캠프는 또 소셜미디어 기업들로 하여금 허위 정보에 대해 그들의 사이트를 더 잘 감시하도록 법규를 강화할 것이며 자율주행차와 같은 혁신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향후 4년 동안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 달러를 투입할 것이며,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에 적극 임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후보 덕분에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와 미국이 직면한 가장 긴급한 위기라고 지칭하면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화석연료 생산보다 재생에너지 수요의 확대와 더불어 성장 가능성이 커진 산업에 정부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투자 전문가들 "일단 관망" 권고

바이든과 민주당의 당선에 투자 전문가들은 일단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흐름을 지켜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선과 같은 단기 이벤트에 포트폴리오 변화를 주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라는 것이다.

안필드 자산운용 회장 알렉스 돌은 "공화당이 더 기업 친화적이라 주식에 호재라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나, 1993년 이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S&P500의 평균 연 수익률은 당선 후보가 어느 당이든 관계없이 6~7%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당이 이기든 "주식에 대한 우리 비중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 주리엔 티머는 "어느 한 선거 또는 어느 한 정당을 넘어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이라는 긴 추이"라면서 "(대선 결과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의 자산 비중을 재검토하거나 예금처럼 직접 통제가 가능한 영역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안필드의 돌 역시 "고객을 위해 우리가 줄 수 있는 어드바이스는 대선이라는 시간을 빌어 당신의 리스크 허용 한계를 재평가해보고 이번 대선을 다른 시장 변수처럼 대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UBS 글로벌자산운용 미국 최고투자책임자(CIO) 솔리타 마셀리는 대선 직후 "전반적인 지수 수준을 넘어 각기 다른 지수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면서, 중소형주에 집중된 러셀2000지수와 대형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등의 흐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휩쓴 상황에서는 재정 부양에 힘입어 중소 기업들이 더 나은 성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글로벌 시장전략 대표 폴 크리스토퍼는 투자자들이 선거 직후 단기 혼란을 넘어 침착하게 그 이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가-금-정크본드 강세 전망

바이든 당선으로 자산시장에서는 유가와 금, 정크본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바이든 당선이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알레리안 리서치 담당이사 스테이시 모리스는 바이든 당선으로 석유 업계에 규제가 늘 전망이라면서, 이는 미국 내 생산 차질로 이어져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밀어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의 경우 바이든이 주도할 증세 및 규제 강화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을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JP모간은 지난달 보고서에서도 블루웨이브 시나리오에서 금 값이 최대 5%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수익률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며 이것은 장기적으로 금값이 하방 경로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과 부합하고 특히 시장의 초점이 부양책으로 옮겨가면 더욱더 그렇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바이든 당선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인데, 마켓워치는 바이든이 추진할 과감한 경기 부양책이 경제와 인플레 전망을 끌어올려 미국채 매도세를 촉발할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 지원이 국채 수익률 급등(가격 하락)을 저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참가자들은 대선 후 증시가 급락하는 등 투자 불안감이 초래되면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해 채권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반짝 수혜 기대되는 업종은?

주식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단기적으로는 바이든 당선자가 공약한 정책에 분명 반짝 수혜를 기대할 업종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브스는 바이든 임기 초반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총기산업,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마리화나 관련업종, 기술부문을 꼽았다.

총기 산업의 경우 민주당의 총기 반대 노선이 실질적인 규제로 이어지기 전에 총을 사두어야 한다는 소비자 심리가 자극돼 초기에 판매가 늘어날 수 있어 단기 성장을 점칠 수 있다. 또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재생에너지 부문이 승승장구 할 수 있는데, 다만 스튜어트 이스테이트 플래닝 웰스 어드바이저스 회장 크레이그 크리스너는 "에너지 관련주가 모두 뜨는 것은 아니며, 청정 에너지 관련주는 확실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차상위 계층에 의료 혜택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건강보험(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일명 '오바마케어'를 시행했고, 바이든은 이러한 오바마 케어의 확대를 주장해 온 만큼 건강보험 관련업종은 상승을 기대해도 좋다.

바이든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관련주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며, 기술 부문의 경우 바이든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강화로 재택 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기술 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 금융정보 사이트 키플링거닷컴은 바이든 수혜주로 신재생 에너지 전문기업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Brookfield Renewable Partners L.P., 뉴욕증시:BEP), 신재생에너지 분야 대장주인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뉴욕증시:NEE), 아틀란티카 서스테이너블 인프라스트럭처(Atlantica Sustainable Infrastructure, 나스닥:AY), 태양광 기업 퍼스트 솔라(First Solar, 나스닥:FSLR), 마리화나 생산업체 캐노피그로스(Canopy Growth, 뉴욕증시:CGC),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 나스닥:TSLA), 전기 상용차 업체 워크호스(Workhorse Group, 나스닥:WKHS),건축 자재 업체 마틴 마리에타 머티리얼스(Martin Marietta Materials, 뉴욕증시:MLM), 미 최대 의료서비스 업체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itedHealth Group, 뉴욕증시:UNH), 대표적 리츠(REITs) 기업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 뉴욕증시:O), 에너지 서비스 제공업체 에너지 트랜스퍼(Energy Transfer LP, 뉴욕증시:ET),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이머징마켓 ETF(iShares Core MSCI Emerging Markets ETF), SPDR 골드 미니셰어즈(SPDR Gold Minishares)를 꼽았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닷컴'은 앞서 언급된 종목 외에도 니콜라(Nikola, 나스닥:NKLA), 캐터필러(Caterpillar, 뉴욕증시:CAT), 센텐(Centene, 뉴욕증시:CNC), 셔윈윌리암스(Sherwin-Williams, 뉴욕증시:SHW), 서밋 머티리얼스(Summit Materials, 뉴욕증시:SUM), 프롤로지스(Prologis, 뉴욕증시:PLD), 텔라닥헬스(Teladoc Health, 뉴욕증시:TDOC), 아메리칸 워터웍스(American Water Works, 뉴욕증시:AWK),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뉴욕증시:PG), 월트디즈니(Walt Disney, 뉴욕증시:DIS),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뉴욕증시:BRK.A, BRK.B), A.O.스미스(A.O. Smith, 뉴욕증시:AOS), S&P500 이퀄웨이트 ETF(S&P500 Equal Weight ETF, 티커:RSP), 아이셰어즈 MSCI 캐나다 ETF(iSHares MSCI Canada ETF, 티커:EWC),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iShares Gold Trust, 티커:IAU), 아이셰어즈 U.S. 헬스케어 ETF(iShares U.S. Healthcare ETF, 티커:IYH)를 추천했다.

kwonji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