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 유예·채권시장 경색으로 발행 잠정 중단키도
"커버드 본드, 예대율 규제 관리 수단으로 확보해야"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올해 국내 은행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상승이 불가피한 가운데 커버드 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액이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新) 예대율 규제 적용이 1년 뒤로 미뤄졌긴 하지만, 초저금리 속 예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커버드 본드를 발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우리, SC제일, SH수협 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미리 신고했으며 총 발행 예정액은 3조9000억원이다. 이는 작년에 발행된 3조7200억원 보다 1800억원 가량 많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SC제일은행은 올해 발행예정액을 5000억원으로 등록했지만 지난해(5000억→1조)와 같이 발행액을 확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나은행도 하반기 시장상황을 살피며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은행들이 커버드 본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은행들은 올해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신예대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커버드 본드는 주택담보대출,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전체 예수금 중 1%에 한해 발행액을 예수금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 충격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는 동시에 신예대율 규제 적용이 내년 6월로 유예됨에 따라 커버드 본드 발행이 잠정 중단됐다.
이후 지난 5월 우리은행의 2000억원 커버드본드 발행을 시작으로 다시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유로화시장에 5000억 유로(약 6000억원) 커버드 본드를 발행했으며, 수협은행은 1100억원 어치발행에 성공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커버드 본드가 꾸준히 발행될 것으로 보고있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예대율 규제가 미뤄졌긴 하지만 한시적 유예에 불과하다"며 "예수금을 늘리려면 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다. 따라서 커버드 본드를 예대율 규제 관리 수단으로 확보하는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켜야할 여러 규제 비율이 있는데, 커버드 본드는 채권이면서 일정 부분이 예수금으로 인정돼 은행 입장에선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예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어 예대율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은행 수신잔액은 통계 편제이래 최대치인 17조3000억원 줄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재예치 수요가 많이 줄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코로나19 장기화와 장마철 수해 발생으로 대출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7월 말 은행 가계대출은 7조6000억 증가한 93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7월 기준으로 2004년 속보치 작성이후 최대로 늘었다.
이 가운데 주요 은행은 규제선을 넘어가거나 임박한 상황이다. 국민은행 2분기말 예대율은 100.4%로 규제선을 넘어섰다. 이밖에 신한은행 99.4%, 하나은행 97.58%, 우리은행 97.9%를 기록중이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