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중 절반은 불법체류자
인력수급 영향 제한적..장기화 시 공기 '차질'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중국에서 몰려오는 근로자들로 고민하던 건설현장이 이번엔 떠나겠다는 근로자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건설현장의 인력난을 불러오진 않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 사업장에는 오히려 우리나라 일용직 근로자들의 발길도 줄어들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늘고 있다. 법무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자진 출국 불법체류자들에게 입국 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등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공사현장에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02.28 pangbin@newspim.com |
통계청의 '2018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취업자는 2018년 5월 기준 11만70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통계로, 현장의 불법체류자를 감안하면 약 22만명 정도 파악된다.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중 절반 정도는 불법체류자라는 의미다.
다행히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건설현장의 인력수급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사업장에는 되레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각 사업장 마다 코로나19 관련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오히려 현장이 안전하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일용직 근로자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목적을 가지고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구·경북 현장의 외국인들 중 잠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근로자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장기화되면 중국인 한족과 조선족 동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현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 인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축 현장 및 형틀목공, 철근공, 석공(타일공) 등의 직종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인력 수급에 더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공사 지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종별 외국인 근로자 실태 분석 결과, 토목은 28.9%, 건축은 62.3%, 플랜트는 8.8%를 차지한다. 직종별로는 형틀목공이 29.7%, 철근공이 24.7%, 석공(타일공)이 22.0%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외국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건설현장의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국 인력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추후 이러한 사태 재발에 대비해 작업장 환경 개선 및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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