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노래 없이 썰렁한 미사…미사 참례자도 급감
수원교구·대구대교구·안동교구 등 미사 중단 조치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일요일인 지난 23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의 한 성당, 미사 시작 5분 전임에도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 성당은 일요일에만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미사가 열린다. 참석하는 신자만 모두 1800명에 달하지만 이날은 그야말로 썰렁했다.
매주 성전 앞에서 주보를 나눠주는 봉사자 역시 보이지 않았다. 주보를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 성당은 어린이 미사와 중고등부 학생 미사도 3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신자 이모(33) 씨는 "평소에는 1층 성전에 자리가 꽉 차 플라스틱 의자를 갖다 놓고 앉고 지하에도 30~40명의 신도가 찾곤 하는데, 이렇게 성전이 비어 있는 건 처음 본다"며 "근처 영화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성당의 미사 10분 전 모습. 이 성당은 주일 미사 참석자가 1800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폭 줄었다. [사진=이정화 기자] 2020.02.24 clean@newspim.com |
코로나19 여파가 성당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이 성당의 이날 미사 참석자는 총 1200명으로, 평소와 비교해 600명 이상 빠졌다. 지난 2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공문을 통해 주일미사 참례 대신 자택에서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의무를 대신할 것을 권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후 6시 청년 미사에서 사제들과 신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참례했다. 평소 200명 이상 참여하는 이 시간 미사의 이날 참석자는 100여명에 불과했다. 목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마이크에 닿으면서 목소리가 윙윙댔다.
사제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미사가 끝날 무렵 사제는 "다음 주부터는 모든 신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알렸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성가대 단원들도 활동을 멈춰 미사 내내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대폭 늘면서 일부 성당은 줄줄이 미사 중단에 들어갔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24일부터 3월 11일까지 교구 내 본당 미사와 모든 교육 및 행사, 각종 단체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대교구 역시 다음 달 5일까지 교구 내 본당 미사를 중단하도록 했다. 이밖에 안동교구, 광주대교구도 미사 중단 조치 행렬에 동참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성당은 이달 말까지 고해성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이정화 기자] 2020.02.24 clean@newspim.com |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각 본당의 고해소에서도 사제와 신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 성북구의 성당은 아예 이달 말까지 고해성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개인적으로 고해성사가 필요한 신자는 사제에게 별도로 요청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또 성전 입장 시 체온측정을 하고, 20명이 넘는 모임이나 회의는 당분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좌석마다 비치돼있던 성가 책과 성경도 모두 치웠다. 이 성당에 다니는 박모(30) 씨는 "10여명씩 모이는 청년 활동도 모두 중단했다"며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져 미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성수대는 이미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설 연휴부터 쭉 비어있었다. 대신 성수대 앞에는 손 소독제와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알리는 공지문이 수백 장 놓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은 지난 22일 추가 지침을 내고 주례 사제를 포함한 성체 분배자가 신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성체를 분배하기로 했다. 신자들은 성체를 입으로 가져갈 때만 잠깐 마스크를 입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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