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대비 통계치·사고처리 노하우 등 단점 지적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평소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말에만 가족과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이용한다. 한달에 한 두번 정도 300Km 넘는 지방 고향에 다녀오는 것 외에는 차량 운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 1년 운행 거리가 5000Km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동차 보험료는 연 70만원 정도로,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운행거리가 1만 Km가 넘는 동료랑 비슷하다. 보험료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운행 거리 만큼만 내는 보험이 있을까 찾아 보기도 했다. 미국에선 활성화 돼 있다는데, 한국은 아직 찾기 어려웠다.
국내에서도 김 씨의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줄 길이 열린다. 디지털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지난 11일 국내 보험사중 처음으로 '퍼마일(Per-Mile)' 보험을 내놨기 때문이다. 퍼마일은 '1마일 마다'란 뜻으로 운행거리 만큼 보험료를 낸다는 의미다. 월별 주행거리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달라지는 미국 자동차보험 상품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도 이미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같은 대형 보험사들은 주행 거리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할인율을 적용하는 단위 주행거리가 5000~1만Km로 길었고, 연간 보험료를 미리 낸 다음 1년 뒤 주행거리에 따라 할인받는 방식이었다.
반면 캐롯손보의 퍼마일 보험은 5만원 안팎의 가입보험료를 납부한 뒤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를 내는 방식이다. 휴대폰처럼 자동차를 매월 쓴 만큼 만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주행거리는 '캐롯 플러그'를 자동차의 시거잭에 꽂으면 실시간 주행거리를 측정하고, 자동으로 보험료를 산출해준다. 운전자는 캐롯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 주행거리와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
캐롯손보측은 연평균 1만5000km 이하 운전자들에게 기존 보험과 비교해 8%에서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주말에만 운전하는 직장인, 자녀 등교나 근처 쇼핑 등에만 차량을 활용하는 주부, 평소에는 잘 운행하지 않는 세컨드카 보유자라면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선 경쟁이 심화된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신생 캐롯손보의 이같은 '도전'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선 활성화됐지만,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수 백만원씩 청구하는 한국 보험업계 특유의 분위기에 안착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료를 30% 싸게 받는다고 해서, 자동차 사고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향후 사고처리 비용이 줄어드는게 아니지 않느냐"며 "기존 대형사들이 보유한 사고 관련 각종 통계치나 요율 결정 노하우, 애프터 서비스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속가능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상품이 어려운건 아니니 각 보험사마다 집적된 경험통계를 바탕으로 시장 반응이나 실적을 보면서 퍼마일보험 시장으로 진입할지를 결정 할 것 같다"며 "결국 손해율(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담보가 돼야 상품화 시키는 것인데, 일단은 고객 반응을 좀 살펴본 후 전략적 판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이 SK텔레콤, 현대차 등과 손잡고 만든 온라인 전문 보험사로, 올해 초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사고처리 등은 한화의 보상시스템을 활용한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