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충격에도 최고치 랠리를 연출하며 강한 저항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화려한 강세장 이면에는 편입 종목의 절반 이상이 베어마켓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필두로 소수의 종목이 지수를 밀어올린 탓에 대다수의 종목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얘기다.
6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CNBC는 나스닥 지수에 편입된 뉴욕증시의 기술주 가운데 베어마켓에서 거래되는 종목이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베어마켓은 특정 종목의 주가가 52주 최고치 대비 20% 이상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대표 지수가 경이로운 최고치 랠리를 연출하고 있지만 실상 알맹이는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지극히 소수의 대장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페이스북 등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S&P500 지수의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무려 18%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수의 IT 공룡 기업이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지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비판이다.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의 케이티 스톡턴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나스닥 지수의 상승이 극소수의 종목에 의존한 결과"라며 "주도주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 자일링스와 주명 교정장치의 전세계 선도 기업인 얼라인 테크놀로지, 이 밖에 월그린과 달러 트리가 특히 깊은 베어마켓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종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의 저가 매수 전략이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토크빌 애셋 매니지먼트의 존 페트라이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베어마켓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은 추가 하락할 여지가 높다"며 "자일링스를 포함해 펀더멘털 측면에서 구조적 악재를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수의 종목이 지수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시장 전문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20년 전 닷컴 버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 제너럴 일렉트릭(GE), 인텔, 엑손 모빌 등이 강한 랠리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버블이 붕괴된 뒤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월가의 구루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은 FAANG을 앞세운 뉴욕증시의 강세장 역시 건강한 랠리로 보기 어렵고, 후폭풍이 닥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반되는 의견도 없지 않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달리는 말에 올라 타는 전략을 권고했다. FAANG을 매입하라는 얘기다.
닷컴 버블 당시와 달리 이번 IT 주도주가 적정한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고, 펀더멘털 측면에서 추가 상승 여지가 높다고 골드만 삭스는 주장했다.
실제로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920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9% 급증,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를 웃돌았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14%의 매출 신장을 나타냈다. 아마존의 4분기 매출액은 무려 21% 급증하며 870억달러를 기록했다.
또 5개 주도주의 밸류에이션은 30배로, 2000년 주도주가 47배에 거래됐던 데 반해 적정 수위라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