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순수 창작뮤지컬 시장이 무섭게 팽창하고 있다. 100억원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도 이미 여러 개다. 과감하게 도전한 만큼 빛나는 성과도 속속 받아들고 있다.
◆ '100억 시장' 선도하는 EMK…'마타하리' '웃는남자' 거쳐 '엑스칼리버'도 흥행
지난 2018년 17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며 화려하게 월드 프리미어를 올린 창작뮤지컬 '웃는남자'가 현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5년의 제작기간에 어마어마한 초기 제작비가 투입되며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초연에서 주연을 맡은 박효신, 엑소 수호, 박강현을 비롯한 출연진들도 화제를 모았음은 물론이다. 그 덕에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전례없는 흥행기록을 갱신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그룹 엑소의 수호와 배우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빈부격차와 사회의 부조리함을 그린다. 2020.01.14 pangbin@newspim.com |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에 따르면 '웃는남자' 초연은 마지막 공연까지 총 24만 관객을 동원했다. 여기에 일본 토호 주식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 수출 성과도 이뤘다. 지난 2019년 4월 일본 도쿄 닛세이 극장(1300석)에서 관객과 언론의 극찬 속 첫 해외 공연을 치렀으며 10월에는 '웃는남자' 한국 실황 상영회와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재연에도 흥행세는 계속되고 있다.
EMK는 지난 2016년부터 대규모 창작뮤지컬 제작에 공을 들였다. 당시 첫 작품 '마타하리'에 13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어마어마한 비용을 감수했다. 지난해 선보인 세 번째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에도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다행히 '마타하리'와 '웃는남자'로 노하우가 쌓인 것은 물론, 카이, 김준수, 도겸, 이지훈, 엄기준, 박강현 등 화려한 라인업의 주인공들의 활약에 힘입어 조기에 초기비용을 회수했다. 공연 기간이 두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엑스칼리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무대를 펼치고 있다. 2019.06.18 alwaysame@newspim.com |
◆ 바야흐로 '순수 창작극' 전성시대…중·소 제작사도 연이은 도전
지난해 6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벤허' 재연을 올린 왕용범 연출은 '영웅본색'의 창작 초연을 한전아트센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대극장 뮤지컬이라고 해도 창작 뮤지컬에 이 정도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앞서 '삼총사'와 '잭더리퍼'를 거쳐 첫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흥행 경험이 과감한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2018년 삼연까지 국내에서 뜨거운 흥행을 기록했으며, 국내 창작극 중 최초로 일본에 수출되는 성과도 이뤘다.
그런 왕 연출의 신작 '영웅본색' 역시 무려 70억원이 투입된 대작 프로젝트다. 1000장이 넘는 LED 패널을 동원해 기존에 없던 무대를 구현해냈다. 특히 왕 연출은 "실제로 실물 무대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들었다"며 새로운 작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덕분에 원작 영화를 무대화하는 데 대한 각종 우려에도 '영웅본색'은 한 편의 영화같은 매력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홍콩 본토는 물론 라스베이거스에서 본격적으로 판권 문의가 들어와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박민성, 유준상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프레스콜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세 명의 인물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우정, 가족애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낸 작품이다. 2020.01.02 pangbin@newspim.com |
이런 도전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오는 4월 충무아트센터에서 창작뮤지컬 '글래디에이터'를 올리는 메이커스프로덕션도 약 60억원의 제작비 투입을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이유를 해외 시장을 고려하기에 가능한 일이라 입을 모았다. 왕 연출 역시도 '영웅본색' 관련 인터뷰 당시 "국내만 생각한다면 이렇게 큰 투자를 쉽게 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연히 작품의 퀄리티와 그간 컴퍼니의 경험, 캐스팅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친다"고 이같은 작업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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