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시험조사 검토…12개 업체 협의체 대응 나서
LG "업계 공통 문제" vs 경쟁업체 "제품 구조적 결함"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일부 직수정수기 내부에 곰팡이가 생긴다는 '곰팡이 정수기'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 업계가 자체 원인 규명에 나서는 등 차단에 나섰다. 일부 업체는 특정 업체의 문제일 뿐이라며 선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은 직수정수기 곰팡이 논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소비자원은 상담이 접수된 정수기 제품에 대해 유해성 확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사실여부 판단을 위한 시험검사를 검토 중이다.
'곰팡이 정수기' 논란은 지난달부터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온라인 상에는 정수기 내부 스티로폼 단열재에 곰팡이가 생겼다는 게시글이 계속해서 왔고, 특히 LG전자 '퓨리케어' 정수기에 대한 불만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번 소비자원 조사 또한 LG 퓨리케어 정수기 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실시됐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LG 퓨리케어 정수기 곰팡이 관련 민원은 총 103건으로, 이중 10월 한 달에만 95건이 접수됐다.
LG 측은 냉수를 공급하는 직수관 주변에서 생기는 이슬맺힘(결로)으로 인한 곰팡이 발생은 자연적인 현상이며, 이는 직수정수기를 만드는 업계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LG전자의 이 같은 대응에 관련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곰팡이 정수기 논란은 특정 업체의 제품 구조 상 문제일 뿐, 확대 해석은 상황에 맞지 않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LG전자의 퓨리케어 정수기 안 스티로폼 부분에 곰팡이가 낀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2019.11.08 nanana@newspim.com |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온도조절장치가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정수기에 곰팡이가 피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제품의 경우 온도조절장치 겉을 밀봉하지 않고 수분을 흡수하는 폼을 하나 더 달아 곰팡이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크대 등 습도가 높은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제품 내부에 곰팡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를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보기에는 제품의 구조적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직수정수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교원웰스와 쿠쿠홈시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논란이 커지면서 자체적인 제품 검사를 실시했고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며, "온도 차이와 결로 현상은 당연한 문제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기술력인데, 다른 업체들까지 폄하하는 것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자체적인 조사에서는 이런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쿠쿠 정수기는 제품 내·외부 통풍구조가 타사 제품에 비해 우수해 곰팡이 방지에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수기 업계는 이번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주요 정수기 업체 12개사가 결성한 '정수기 사업자 정례협의체'는 소비자원의 요청에 따라 자체적인 원인 규명에 착수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특정 정수기에 대한 논란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해명한 경우는 처음 본다"며 "정수기 업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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