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수년간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잰걸음을 했던 중국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 하강 기류와 감독 당국의 자본 규제 속에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소위 '출구'가 막혔기 때문.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기업 이익 경고와 투자 심리 냉각으로 주요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한파를 내는 데다 지분 매각도 여의치 않아 중국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요트와 명품 업체부터 피자 체인까지 해외 기업 지분을 매입한 중국 기업들이 출구 전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투자 기업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펀더멘털을 갖춘 기업들도 IPO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는 상황.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국 기업들이 경기 사이클의 정점에 공격적인 M&A에 뛰어들었다가 상투를 잡은 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요트 제조업체인 페레티는 지난주로 계획했던 밀라노 증시의 IPO가 불발됐다고 밝혔다.
시장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예상했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게 되자 증시 입성 계획을 철회한 것.
IPO 계획이 무산되면서 페레티의 지배 주주인 중국 SHIG-웨이차이 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중저가 레스토랑 체인 업체인 피자익스프레스는 채권자들과 채무 협상을 벌이기 위해 재무 자문사를 확보했다.
지난 2014년 중국 사모펀드 업체인 호니 캐피탈이 인수한 이후 피자익스프레스는 장기간에 걸쳐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트렌치 코트 업체인 영국 아쿠아스큐텀을 포함해 다수의 해외 기업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한 중국의 거대 섬유 그룹 산둥루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규모 M&A를 위해 차입한 자금의 상환 압박이 날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투자 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수년간 해외 M&A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중국의 HNA 그룹 역시 전세 항공사 아볼론 홀딩스의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순조롭지 않다.
상하이 소재 투자 자문사인 BDA 파트너스의 마크 웹스터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M&A의 외형 성장이 꺾이기 시작했다"며 "일부 기업들은 경기 사이클의 정점에서 고평가된 가격에 해외 자산을 매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해당 자산을 적정 가격에 매각, 투자 수익률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제 전반의 성장 후퇴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포함한 정치적 불확실성, 여기에 무역 마찰까지 굵직한 리스크가 '출구'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 기업의 신규 M&A도 크게 줄었다. 연초 이후 해외 M&A는 59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감소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