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이 영화는 올해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그가 모국어로 연출하지 않은 첫 작품이자 최초의 해외 올로케이션 영화다. 실제 고레에다 감독은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과 함께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었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사진=BIFF·㈜티캐스트] |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건 까뜨린느가 연기한 파비안느다. 프랑스 영화계의 대스타인 파비안느는 ‘진실’이란 자서전을 쓴다. 자서전 출간을 앞둔 어느 날, 파비안느의 집에 딸 뤼미에르(줄리엣 비노쉬)와 그의 가족들이 찾아온다. 고압적인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뤼미에르는 그곳에서 미국 조연배우와 결혼해 딸을 하나 뒀다.
반가운 모녀 상봉도 잠시, 뤼미에르는 어머니의 자서전을 읽고 화를 내기 시작한다. 거짓과 허구로 가득하다는 이유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파비안느의 오랜 매니저마저 떠난다. 어쩔 수 없이 뤼미에르는 당분간 엄마가 아닌 배우 파비안느의 손과 발이 된다. 일주일이란 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내면서 두 사람은 기억의 오류를 바로잡고 서로의 관계를 다시 써 내려간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사진=BIFF·㈜티캐스트] |
이번 작품의 소재 역시 가족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가족 드라마를 의도했다기보다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어느 가족’(2018) 등이 그러했듯, 결국엔 이 영화도 가족으로 시작돼 가족으로 종결된다. 언제나처럼 이야기 저변에는 나름의 가족사가 있고, 서로의 온기로 문제를 극복해 마침내 새로운 관계를 쌓아간다.
흥미로운 건 액자식 구성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극중 파비안느가 촬영 중인 영화를 통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머니이자 할머니였던 파비안느는 이 속에서 딸이 된다. 상황과 역할을 역전함으로써 재미를 더했다. 이와 관련,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속에는 굉장히 다양한 어머니와 딸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장소에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논할 필요가 없다.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 모두는 각자의 나라를, 시대를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들이다. 인상적인 걸 하나 더 꼽자면 고레에다 감독의 프랑스 활용법이다. 그에게 프랑스는 에펠탑의 도시나 개선문이 전부인 나라가 아니다. 국내 정식 개봉은 오는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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