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안 지낸다’ 45.3%
제사·차례 달라져야...28%는 ‘폐지’
“제사·차례에 특별한 의미 두지 않는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아버님이 이제 차례는 생략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매년 제사상이나 차례상이 간소화되는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정말 거하게 했다는데, 다들 명절에는 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요.”
올해 추석 A씨는 큰 걱정이 없다. 명절 때마다 우려하던 차례 음식 만들기를 올해는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A씨 경우처럼 명절 ‘최대 이슈’인 차례가 간소화되거나 사라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13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2144명을 대상으로 한 ‘올해 추석 예상경비’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5.3%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차례를 지낸다’고 답한 응답자는 54.7%로 절반 정도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물순환 시민문화제(빗물축제) 2018에서 어린아이들이 지구 온난화를 가정한 차례상 차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올해 3회차로 열린 2018 서울 물순환 시민문화제는 물순환의 의미, 빗물의 중요성 환기 및 물절약을 실천하는 환경 시민을 육성하는 여름철 서울시의 대표 축제다. 2018.07.26 leehs@newspim.com |
제사·차례가 현대에 맞게 간소화되거나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두잇서베이’가 전국 남녀 40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7%는 ‘제사·차례 문화를 지속하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변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28.3%로 집계됐고, ‘지속해야 한다’는 4.9%밖에 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도 제사·차례가 사라졌다며 환호하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한 누리꾼은 “드디어 아버지 입에서 ‘올해 차례 안 지낸다’는 말이 나왔다”며 “평생 한 번도 빠짐없이 제사와 차례를 반복한 부모님의 첫 번째 큰 결심인 것 같다. 뭔가 달라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지 돌아가시고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면 무슨 의미냐”며 “이렇게 우리 집은 역사적인 첫 명절을 맞이한다”고 했다.
지난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조합원 6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명절 연휴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본인 사후에 가족이 제사를 지내기 바라느냐는 질문에 ‘제사상은 차리지 말고 모여 기억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53.5%로 가장 높았다. ‘아예 차릴 필요 없다’는 응답자는 29%인 반면 ‘지냈으면 좋겠다’는 응답은 11.3%에 그쳤다.
제사·차례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자녀 수가 줄고 핵가족이 보편화되면서 차례상 차림과 같은 명절 문화에 대한 많은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매번 어머니를 도와 제사·차례 음식을 도왔다는 여대생 이모(25)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꼭 제사와 차례를 지냈는데, 할머니가 편찮으시면서 안 지내게 됐다”며 “제사·차례가 없다 보니 즐겁고 편안함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