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시 다음달 1일부터 강제 쓰레기 분리수거 조례 시행
시진핑 주석 '지침' 발표 후 전국에서 쓰레기 관리 개선 추진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 정부가 엄격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 추진을 통한 '쓰레기 혁명'에 나섰다.
이제까지 중국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독려해왔지만 시민의식 부족, 쓰레기 관리 문화 부재 등으로 대다수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섞어 버렸고,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자원낭비를 초래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나서 쓰레기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쓰레기 관리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면서 중국 전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 추진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각 시범지역의 쓰레기 분리수거 체험 사례를 소개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정부의 쓰레기 분리수거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중국의 한 도시에 설치된 스마트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 |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상하이(上海)시다. 상하이시는 7월 1일부터 '강제' 분리수거를 실시한다. 상하이시가 올해 1월 제정한 쓰레기 분류 관리 조례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상하이시의 쓰레기 관리 방법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상하이시가 마련한 쓰레기 분류 관리 조례는 상하이 전체의 쓰레기 분리수거 시행을 목표로 ▲ 상가 및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및 운반비 부과 ▲ 쓰레기통 철거 ▲ 쓰레기 지정 시간 지정 장소에 버리기 등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강제'라는 단어가 붙여진 만큼 위반 시에는 행정처분이 뒤따르게 된다.
베이징시(北京)도 올해 안에 쓰레기 분리수거 시범구역을 지정하고, 상하이시처럼 엄격한 쓰레기 강제 분리수거 제도를 제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닝보(寧波), 창춘(長春), 장시(江西), 허베이(河北), 난징(南京), 허페이(合肥), 저장(浙江) 등 중국 각 지방정부도 '강제'적인 쓰레기 분리수거 방침을 마련하거나 관련 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를 추진하면서 '강제'라는 단어를 붙인 것에서 중국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정부의 해결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해결 의지가 강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문화 정착까지는 중국 사회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정부 차원의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가 시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상하이의 경우 지난 2014년에도 '생활쓰레기 분리수거 및 감량 방법'을 발표, 2017년 전체 상하이시의 쓰레기 분리수거 시행 계획을 수립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 2000년 베이징, 상하이, 난징(南京), 항저우, 구이린(桂林),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및 샤먼(廈門)의 8대 도시를 쓰레기 분리수거 시범도시로 선정했다. 그러나 19년이 지난 현재 이들 지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민의식 부족과 분리수거 시스템 미비, 분리수거 후 낮은 재활용 성과 등 복합적인 문제가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여러 차례의 실패를 거친 만큼 이번에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쓰레기 분리수거 규제는 매우 엄격하다. 그러나 엄격한 제도로 인해 쓰레기 분리수거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시민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부터 강제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행되는 상하이에서도 제도 시행전부터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필요성과 쓰레기 관리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일부 지역의 상점에 부과된 음식물 쓰레기 처리 행정비용이다. 상하이시는 쓰레기 관리 조례 시행에 앞서 이미 일부 상점을 대상으로 면적에 따라 7200위안/연 혹은 1만 4400위안/연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행정비용을 부과했다. 기존에 이미 쓰레기 처리 비용을 납부하고 있는 상점들로서는 추가된 적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달가울 리 없다.
길가에 비치됐던 쓰레기통을 없애는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행동이 불편한 노인 등 일부 시민은 정부가 지정한 장소, 지정한 시간에 맞춰 쓰레기를 버리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중국 일부 매체도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의 점진적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수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강제 쓰레기 분리수거가 주민의 생활 불편과 사회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