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미장센의 대가' 로베르 르빠주의 기억 속으로…'887'

기사입력 : 2019년05월31일 14:24

최종수정 : 2019년05월31일 14:24

로베르 르빠주 자전적 이야기 기반한 1인극
어린시절 개인사부터 퀘벡 근대사까지 담아
혁신적 기술 및 소품 활용…동화같은 분위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887'은 제게 소문자 h로 된 역사(history)를 탐구함으로써 대문자 H로 된 역사(History)를 더욱 잘 이해하고자 하는 겸손한 시도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이렇게 몰입해서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통해 잘 몰랐던 캐나다 퀘백의 정치적, 사회적 역사까지 접하게 된다. 로베르 르빠주의 말대로 '887'은 그렇게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집단의 역사까지 확장된다. 그의 생생한 기억의 여정은 개인과 집단 기억의 차이, 기억의 불완전성과 함께 기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로베르 르빠주 '887' [사진=LG아트센터]

공연은 로베르 르빠주 혼자 무대에 오르는 1인극이다. 배우이자 극작가, 연출가, 영화감독 등 다재다능하게 활동해온 로베르 르빠주를 국내 무대 위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간 '달의 저편' '안데르센 프로젝트' '바늘과 아편' 등 다양한 작품이 국내에 공연됐지만 연출가로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887'은 더욱 놓칠 수 없는 기회다.

'887'은 로베르 르빠주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주소다. 그만큼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가득하다. '시의 밤' 4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은 로베르 르빠주가 미쉘 라롱드의 시 '스피크 화이트(Speak White)'를 외워 낭송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수월할 것 같았던 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자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오는 기억법 '기억의 궁전'을 활용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퀘벡 시티 머레이가 887번지'를 기억의 궁전으로 삼으며 과거를 더듬어보는 과정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로베르 르빠주 '887' [사진=LG아트센터]

그가 기억하는 치매를 앓았던 할머니, 택시를 운전했던 아버지, 각양각색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부터 퀘벡해방전선(FLQ)의 테러 등 당시 퀘벡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평범한 일상 속 역사의 현장이 어떻게 기억되는지, 개개인 혹은 정치 사회적 이해관계를 통해 다르게 기억되는 양상도 드러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정말 옳은지, 우리는 어떻게 기억을 마주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극중 '스피크 화이트'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이 섞여사는 퀘벡은, 과거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상류층과 사회지도층 주류를 형성했다. 그들은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을 경멸하며 '스피크 화이트'라 말했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시인 미셸 라롱드가 동명의 시를 발표했다. 공연 내내 켜켜이 쌓여간 그의 감정은 극 말미 '스피크 화이트' 낭독을 통해 정점을 찍는다.

로베르 르빠주 '887' [사진=LG아트센터]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를 전통 연극에 도입해 공고한 영역을 구축한 로베르 르빠주답게, 이번 무대 역시 눈을 뗄 수 없다.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인 줄 알았던 네모난 박스는 열리고 닫히면서 다양한 시공간을 창출한다. 로베르 르빠주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아파트가 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부엌이 되고, 과거 곳곳의 역사적 장소가 되면서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미장센을 완성한다. 관객은 흡사 로베르 르빠주의 기억 속에 들어가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뿐만 아니다. 단순한 공간의 이동을 넘어, 미니어처와 소형 카메라를 활용한 색다른 연출이 감탄을 자아낸다. 천과 빛, 그림자를 이용한 연출 또한 적재적소에 활용된다. 기본적으로 로베르 르빠주의 다층적인 스토리텔링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지만, 1인극이라는 한계를 그만의 독보적인 연출로 타파한 것. 덕분에 무대는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객석을 빨아들인다.

로베르 르빠주 '887' [사진=LG아트센터]

로베르 르빠주의 '887'은 오는 6월 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