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내 집 마련'이 꿈이 된 사회의 민낯…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기사입력 : 2019년05월17일 10:17

최종수정 : 2019년05월17일 10:17

영화감독 이창동 단편소설 원작 무대화
평범한 소시민의 빈곤·상실감에 대한 질문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최근 2년 전 분양된 아파트 한 가구가 취소되면서 약 5만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소동이 일었다. 당시 분양가로 청약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단 1명을 위한 로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고, 청약 홈페이지가 아예 마비되기도 했다. 2019년인 현재에도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의 꿈은 '내 집 마련'이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성공의 척도다. 집을 소유한 것에 따라,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하는지 가늠하게 되고, 집 자체가 일종의 과시가 된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할까. 내 집 장만을 목표로 열심히 살지만,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될 수 있을까. 집이 꿈이 된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연출 신유청)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1992년 한국일보 창작문학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이창동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DAC Artist의 윤성호 작가가 각색을 맡았으며, 연출가 신유청이 원작의 부조리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무대에 그려낸다.

주인공 준식은 어린 시절 홀로 상경해 갖은 고생을 거쳐 급사로 일을 시작해 야간대학을 나와 교사가 된 인물이다. 아홉 번 실패 끝에 당첨된 23평 아파트에 입주한다. 그의 아내 미숙은 남들에게 번듯하게 보이기 위해 비디오와 오디오 세트, 수족관으로 집을 꾸미는게 소원이다. 철없는 예쁜 딸까지 198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 가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십여 년간 만나지 못했던 이복동생 민우가 집에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민우와 친해진 미숙이 갑자기 화장을 하고 꾸미기 시작하면서 준식의 의심과 불신이 커져간다. 위태롭게 이어지던 불편한 동거는 결국 부부싸움과 민우가 떠남으로써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은 각각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다.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파장을 일으키는 존재 민우는 악질 운동권으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지만, 어렸을 때부터 매우 정의로운 캐릭터다. 그러나 준식의 입장에서는 민우의 정의감 때문에 손해를 보고 상처를 입었다. 그를 통해 미숙은 꿈과 이상을 생각하게 되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해온 준식은 그동안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된다면, 무엇이 옳은 것인가. 그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울부짖는 준식의 모습이 절절하게 공감되고 안쓰럽다.

준식이 살게 된 아파트는 쉽게 상상하는 화려하고 멋있는 장소가 아니다. 주변은 공사장이고 화장실이 없어 길가에는 쓰레기와 똥이 널부러져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파트가 사실은 거대한 쓰레기 퇴적층 위에 지워졌다는 사실처럼, 준식의 가정 역시 허울뿐 민우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민낯을 드러낸다. 극 초반 "진짜 우리 집"이라며 행복해하던 미숙이 극 후반 "더이상 이 집에서 살 수 없다"고 소리칠 정도로.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허상, 사상누각, 버블 같은 이들의 삶은 시각과 청각으로도 잘 전달된다.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넓은 거실, 외부와 경계에 위치한 변기 등 무대는 녹천의 한 아파트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갑자기 푸른 조명과 물방울 소리를 통해 마치 거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숙이 쓸고 닦던 화장대 거울이 깨진다거나, 그토록 원했던 수족관에 들어갈 금붕어의 죽음 역시 허무한 기분을 전한다.  

2019년에도 유효한 메시지는 가슴 아프지만, 사실 스토리는 매우 익숙하고 전형적이다. 그러나 '소리들'(송희정, 박희은, 이지혜, 우범진, 하준호)이라는 멀티 캐릭터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이들은 극의 내레이션을 맡는가 하면 극중 딸, 준식의 동료 교사들, 술집 종업원 등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들의 움직임과 몸짓, 개성 가득한 연기가 작품의 신선함과 유쾌한 매력을 더한다.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주인공 준식을 연기한 조형래, 아내 미숙을 연기한 김신록, 동생 민우를 연기한 김우진 또한 열연을 선보인다. 특히 조형래는 책임감 강한 1980년대 전형적인 가장부터 분노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너무나 현실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큰 역할임에도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는 오는 6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