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과 독일, 호주 등 국가는 재정수지 흑자로 인해 경기부양 여지가 있으므로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적절한 수준의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글로벌 재정정책에 대한 연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가파른 경기 하강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재정적 여유가 있는 국가들은 제한적이지만 효율적인 재정적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재정적 여지가 충분하다”며 “실업수당을 한층 확대하면 임시 실직자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워싱턴에서 열린 2019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IMF에 따르면, 독일은 2014년부터 연간 재정흑자를 기록 중이고, 2024년까지 흑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 또한 연간 재정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호주는 적자폭이 가파르게 줄어 향후 수년 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일은 2017년 이후 세수가 8% 증가해 복지 지출보다 가파르게 늘었으며, 독일 소득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벨기에 다음으로 높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재정흑자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십분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또한 IMF의 이러한 입장에 동의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흑자국들은 여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정작 대대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며, 이들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필요 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지도 있다.
IMF가 앞서 경기부양을 권고했던 스위스와 독일은 채무를 줄이고 퇴직 연금 지출이 불어날 미래에 대비하는 데 연간 재정흑자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 유럽 전체의 경제성장과 정책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서 유럽의 경기부양에 일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 주도의 독일 경제는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후 4분기에 보합으로 올라서 가까스로 경기침체(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를 피했다. 최근 독일 제조업 지표가 부진해 올해 상반기 또다시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하지만 보수적 경제정책을 일관해온 독일 등은 급격한 경기하강이 아닌 겨우 소프트패치(단기적 경기 후퇴)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정적 경기부양에 나서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라프 슐츠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이 재정지출을 지나치게 삼간다는 지적에 대해 공공 투자 확대, 감세, 저소득층 지원 확대 등 독일 정부의 정책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안정적인 재정을 운영해 다음 경기침체 시 여느 나라보다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현재의 글로벌 리스크는 독일이 재정지출을 확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무역 분쟁 등을 둘러싼 ‘사람이 초래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독일과 대조적으로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위해 대대적인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에 나섰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일시적으로 부채가 늘어나도 향후 다 갚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미국의 경기부양 이후에도 국채 수익률 및 인플레이션 급등 등 이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지 않아, 경기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독일처럼 다음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수적 목소리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은 규칙대로 하는 국가는 독일뿐이라는 사실을 어렵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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