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그날의 아픔을 기리는 영화 두 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악질경찰’과 ‘생일’이다.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 1년 후 안산을 배경으로 한다. 단원경찰서 부패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참사로 친구를 잃은 소녀 미나(전소니)를 만나며 ‘진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담았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범 감독은 2015년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한 후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다녀와서 세월호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꼭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이야기를 똑바로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오는 4월 3일 개봉하는 ‘생일’은 ‘악질경찰’ 보다 직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모(설경구·전도연)가 아들의 생일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이종언 감독 역시 안산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 모임’이 모티브가 됐다. 이 감독은 “남은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면 더 많은 사람이 아픔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는 여러 편 있었다. ‘업사이드 다운’(2016)을 비롯해 ‘그날, 바다’(2018), ‘눈꺼풀’(2018), ‘봄이 가도’(2018)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영화는 모두 저예산 독립영화였다. 즉, 상업영화 틀 안에서 세월호가 다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의 관심 환기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상업적 이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자체에 피로도를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악질경찰’의 경우 언론시사회 전까지 세월호 영화임을 감추며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악질경찰’ 측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어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보고 여운이 남길 원했다는 게 홍보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종범 감독은 “시작점이 분명히 세월호였다. 다만 제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유가족이 말하길 사람들 뇌리, 마음에서 세월호가 잊히는 게 제일 두렵다고 한다. 이렇게라도 말하는 게 침묵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생일' 스틸 [사진=NEW] |
상업영화로 나오기에 시기상조란 반응에도 두 감독은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이종언 감독은 “저도 처음에는 시기가 너무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안산에 머무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공감하는 것이 그분들께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인 ‘예은 아버지’ 유경근씨는 지난 14일부터 자신의 SNS에 ‘악질경찰’ ‘생일’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유씨는 “두 영화 모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했다. 감독, 스태프, 제작자, 배우 모두 어른으로서, 또 이웃으로서 미안함과 부채감을 진심으로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공감을 표현하려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없이 우리 모두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음을 알게 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업영화란 형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신중한 태도로 소재를 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상업영화에서 이런 사회적 사건, 메시지를 담는 건 좋은 현상이다. 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이 관습화돼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사용된다거나 최루성으로 활용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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