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D-4, 트럼프 노벨상 수상 가능성 제기돼
조엘 위트 "트럼프, 당선 때부터 노벨평화상 그려왔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회담 성과에 따라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보다 진전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미국 국무부 대북 담당관으로 북핵협상에 참여한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 겸 38노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때부터 노벨평화상 수상 그림을 그려왔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대통령 당선됐을 때부터 이미 노벨평화상 구상”
위트 대표는 22일 오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전망’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지난해 3월) 한국의 대북 특사단이 백악관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사실을 알렸고, 트럼프가 이를 즉시 수락했다고 언론에 알려졌지만 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수락을)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늘 생각했었던 것”이라며 “대북정책 뿐 아니라 트럼프의 대외정책기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위트 대표는 그러면서 “굉장히 빠르게 1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점도 그의 면목을 보여주고 있다”며 “전통적인 제도권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했을 리 없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8년 동안에도 이런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욕심이 부실한 협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일부 주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위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가 미국에 가할 수 있는 위협을 끝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며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위험을 각오한다는 의미)을 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딜 메이커(Deal-Maker, 거래의 해결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은 남이 비판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북미 정상외교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엘 위트 38노스 대표.[사진=뉴스핌 DB] |
◆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언급하면 김정은도 놀랄 것”
위트 대표는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과는 반대되는 해석을 내놨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정학적으로 대(對)중국 견제 효과가 있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위트 대표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주한미군 철수를 약속하면 어떻게 하냐고 우려한다”며 “만약 그렇게 하면 김 위원장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마 김 위원장은 ‘그렇게 빨리 진행하지 말자’고 얘기할 것”이라며 “진담반 농담반이지만 북한은 일정규모의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남아있기를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트 대표는 또 “북한군이나 주한미군과 관련해 얘기하다보면 한반도에서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군’의 역할이라고들 한다”며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속으로는 주한미군은 남아서 중국으로부터 지켜달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조엘 위트(가운데) 38노스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2차 북미정상회담 디테일보다 현실적 기대치 갖는게 중요”
위트 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 “디테일보다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은 마치 어떤 일이 구체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경우 전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가 끝날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 발짝 물러서서 정상외교가 시작되기 전의 상황이 어땠는지 떠올려야 한다”며 “우리가 원했던 많은 것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이전보다는 발전될 것이라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트 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 세부적인 추가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련의 원칙을 기반으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어떻게 협상을 타결할 것인가는 매우 어렵다”며 “(영변핵시설) 해체 비용은 누가 부담하느냐 등 세부적인 사안을 문서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트 대표는 그러면서 “핵폐기 검증단계에서는 현장 시찰이 필요하다”며 “세부 합의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일련의 과정에서) 북미 간 서로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가에 대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사전)합의를 했을 때 분쟁 해결 메커니즘이 내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