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상원의원과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바이백)을 제한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번 법안을 통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전에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자금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전날(3일) 슈머 의원과 샌더스 의원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번 법안을 통해 두 의원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전제 조건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목표는 자사주매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기업들이 자본을 생산적으로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기업들은 1조 달러 이상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 이후 기업들은 직원의 급료를 올리거나 설비에 투자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바이백에 나섰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버몬트)[사진=로이터 뉴스핌] |
슈머 의원과 샌더스 의원은 일부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도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사업장을 폐쇄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유통 공룡’ 월마트는 2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동안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마트 체인 샘스클럽의 일부 점포를 폐점했다. 두 의원은 루스벨트 인스티튜트의 분석을 인용해 월마트가 자사주 매입 대신 직원들의 급료를 시간당 15달러로 올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토바이 회사 할리 데이비드슨도 1500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 회사는 캔자스시티의 공장을 닫았다. 미국계 은행 웰스파고 역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자사주에 썼지만, 직원 10%를 감원했다.
기고문에서 두 의원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엄청난 때에 미국인들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고하고 얼마 안 되는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기 위해 자사의 주가를 올리려고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의 진보계 인사들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태미 볼드윈(위스콘신) 상원의원은 공개시장에서 같은 근거로 자사주 매입 금지를 추진했으며 지난해 6월에도 슈머 의원과 볼드윈 의원을 포함한 수십 명의 의원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들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이익의 51%를 자사주 매입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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