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공식화 후 현대중공업 7.58%·대우조선 8.65% 급락
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단기 조정 불가피
전문가들 “시장점유율 확대 등 시너지 효과 충분”
중장기 주가 전망도 긍정적 기류 우세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공식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일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기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형성하던 ‘빅3’ 체제가 ‘빅2’로 전환되면서 국내는 물론 회복세로 돌아선 글로벌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
시장 역시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간 조정이 불가피하겠으나 중장기적으로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큰 만큼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31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55.7%) 전량을 출자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부문을 분할한 뒤 존속현대중공업을 조선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며, 산업은행은 여기에 현물출자하고 보통주 7%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2500억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분할 후 조선중간지주사는 현대중공업 사업회사와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4개의 조선사를 거느리게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주식시장에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또 다른 조선 상장주인 현대중공업지주,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합병 당사자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합병 결정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 1일 현대중공업은 7.58%, 대우조선해양은 8.65% 급락했다.
시장의 이런 반응은 합병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합의안대로 합병이 진행될 경우 신설될 조선중간지주사의 주식수는 현재 현대중공업 시절 7100만주에서 8800만주로 25% 가량 늘어난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주주들이 원치 않는 대우조선해양 주식까지 매수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구조 상세 내역 [자료=현대중공업, KB증권] |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희석 효과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의 처리 여부도 논란거리다. 현 상황에선 대우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신종자본증권 2조3000억원을 자본으로 인식할지 부채로 인식할지가 불투명하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상장사들이 모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만큼 일부 주가 희석 효과가 불가피하다”며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신종자본증권 처리 여부를 놓고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결국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나 중복투자 회피, 기술 공유, 시장 지배력 확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탁월한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이 추가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더 극대화될 것”이라며 “양사가 LNG선 액화장치 개발을 놓고 소송전까지 벌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중복투자 해소 및 기술 공유라는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환사채 문제가 해결되면 밸류에이션 정상화와 함께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상승은 결국 모회사인 중간지주사 기업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단기 전략으로 삼성중공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선업종 개편에 따른 중장기 수혜는 물론 단기적으로 안전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리스크가 해소될 뿐 아니라 추가 비용 없이 업종 재편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며 “업종 내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