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 대북 소식통‧전문가 발언 인용 보도
“제재 강화‧낮은 사법 안정성에 해외기업 투자 꺼려”
대북 전문가 “北 비핵화 결심하면 투자 다시 늘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외국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9일 대북 소식통·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외국 기업들이 북한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지하며 해외 투자자금의 유입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뉴스핌] 지난 4월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 |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가 최근 공개한 ‘통계편람(Handbook of Statics 2018)’에 따르면 대북 해외 투자자금 유입 규모는 2017년 기준 6300만달러 규모였다.
UNCTAD 관계자는 “이는 2016년의 9300만 달러에 비해 약 3000만 달러 줄어든 규모”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3년 수치(2억 2700만달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도 안된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에 대한 해외 투자자금 유입 규모와 비교하면 격차는 약 270배에 달한다고 UNCTAD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기간 한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 규모는 약 171억달러였다.
2013년 9월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서 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개성공단공동취재단] |
◆대북제재 본격화…외국기업, 대북 투자 꺼려
세계은행 “北 사법 공정성 세계 최저 수준인 것도 이유”
평양 ‘조선국제무역법률사무소’의 마이클 헤이 대표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결정한 뒤로 투자를 주저하거나 포기한 외국기업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헤이 대표는 평양에서 10여년 전부터 외국기업과 북한기업 사이에서 투자 중개 업무를 맡아온 미국인 사업가다.
10년 동안 중국을 비롯해 영국, 러시아, 태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을 지원했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며 투자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어났고 결국 2016년 평양 사무소를 폐쇄했다고 헤이 대표는 말했다.
RFA에 따르면 인도가 대북제재의 영향을 크게 받은 대표적인 국가다.
이날 RFA는 “북한과 인도 간 교역 규모도 전년도에 비해 70% 가량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도 상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인도와 북한 간 교역규모는 약 2000만달러였다. 이는 2017년 교역 규모인 6100만달러에 비해 약 68% 감소한 수치다.
RFA는 “2012년부터 양국 간 교역 규모는 6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직 올해 4분기 인도와 북한 간 교역 규모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3분기까지의 교역 규모를 볼 때 4분기 교역 규모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FA는 이어 “이렇게 큰 폭으로 교역 규모가 줄어든 것은 인도가 지난 6년 간 대북제재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라며 “일례로 지난 3월 인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식품, 의약품을 제외한 사치품, 그리고 북한의 군수 산업에 도움이 될 만한 품목의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RFA는 북한에 대한 외국 기업의 투자가 줄어드는 데는 대북제재 뿐만 아니라 북한의 법치 지수가 낮은 탓도 있다고 주장했다.
RFA는 세계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전 세계 통치구조 지수(World Governance Indicators 2018)’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법치 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분석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북한에선 외국 기업과 북한 기업이 법적 계약을 맺어도 북한 지도자가 결정하면 그게 더 우선시된다”며 “북한 당국이 당사자들 간 계약을 무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내 남한 기업의 자산과 시설물을 압류한 적이 있는 것만 봐도 북한 사법체계의 공정성이 매우 낮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했다.[사진=노동신문] |
◆대북 전문가 “北 실질적 비핵화 결심해야…그래야 대북 투자 다시 늘 것”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보여야만 다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2012년 북한의 대 인도 교역 규모는 4억달러에 달했다”며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됐고, 그에 따라 교역 규모가 급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에게 있어서 인도는 세계 진출의 교두보”라며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와 개혁개방을 결심한다면 인도는 다시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