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북한이 석탄을 활용한 합성가스 생산 프로그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프로그램은 석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 사회의 제재를 견뎌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석유 수입을 겨냥한 유엔의 제재에 맞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석탄가스화(coal gasification)'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관련 기술의 사용을 늘려 비료·철강·시멘트 공장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들은 이전에 전력이나 원재료(raw material)를 수입산 석유에 의존했던 곳들이다.
석탄가스화 덕분에 군부 등으로 제재 대상인 수입 유류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학교에서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피터 와드는 석탄으로부터의 화학 제품 생산이 2016년부터 새롭게 추진됐으며 이는 "필요한 경우, 북한이 영구적으로 제재를 견뎌내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같은 북한의 프로그램을 위해 기술과 전문성을 제공했다고 WSJ은 중국 기업들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 7월 중국 기업 한 곳은 시간당 4만입방미터의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형 석탄가스화기(coal gasifier)를 평양 북부 공업 지대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4만입방미터의 생산량만으로도 최근 수 년 북한의 원유와 정제유 연간 수입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합성 연료를 생산하기에 충분하다고 노틸러스연구소의 데이비드 폰 힙펠 북한 에너지 부문 전문가는 평가했다.
18세기 후반에 발명된 이 기술은 북한처럼 경제적으로 고립됐던 다른 석탄 부국의 경제를 지탱한 적이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탱크와 항공기에 공급할 합성 연료를 대규모로 생산하기 위해 석탄가스화 기술을 사용했다. 또 198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과거 남아공의 인종 차별 정책) 문제로 인한 석유 금수 조치를 견디는 데 비슷한 기술이 이용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석탄가스화 기술을 밀수 행위를 비롯한 다른 전략과 결합하면 자신들의 체재를 위한 시간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경제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안이코노미워치의 베냐민 카트제프 실베르스타인 공동 편집장은 북한과 같은 저개발 경제 국가에서 "가스화된 석탄으로 경제 일부를 작동시킨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현 상황에서 아마도 최소 2~3년간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석탄 매장량은 147억톤으로 추정된다. 미국 켄터키주(州) 매장량보다 많다. 과거 북한에서 생산된 많은 양의 석탄이 수출됐지만, 작년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북한의 석탄은 공급 과잉이 됐다고 WSJ은 설명했다.
보든 칼리지의 브래들리 뱁슨 북한 경제 전문가는 지난해 새 제재들은 석탄 가스화에 대한 "북한의 노력을 강화하고, 가속화시켰을 것"이라고 전했다.
석탄 가스화는 새롭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기술이라고 WSJ은 썼다. 압력을 준 상황에서 석탄을 산소와 물로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되면 합성가스를 구성하는 화학성분으로 분해된다.
북한은 1960년대 소비에트연방(소련)으로부터 독일의 석탄 가스화 기술을 획득했으나, 개발은 거의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 보조해주는 원유에 의존하게 됐다.
북한 관영 언론에 따르면 2006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북한에서 규모가 가장 큰 비료 공장 두 곳에 석탄 가스화 시설을 건설하는 5년짜리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2011년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개발에 역점을 두면서 북한 최대 철강 공장에서 석탄가스화 시설을 완성시키는 등 석탄가스화 기술 적용을 확대했다고 WSJ은 북한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이후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에 속도를 내는 한편, 석탄을 메탄올 등으로 전환시키는 신(新)산업 구축을 감독했다.
전문가들은 석탄가스화가 원재료 공급에 도움을 줘 비료와 온실용 플라스틱시트, 식량의 생산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이 강합금(steel alloy)과 파이프 같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인 허베이카이위에그룹은 자사 홈페이지에 북한 과학원(Academy of Sciences) 관계자 7명이 석탄을 메탄올과 암모니아, 디메틸에테르로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6월 자사 시설 중 한 곳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북한 대표단이 석탄 가스화 설비(unit)에 대해 심도있는 이해를 얻었다"며 회사는 석탄에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북한의 프로젝트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러시아 회사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렉트로테크니컬 컴퍼니는 북한에 석탄액화 과정을 통해 디젤을 생산하는 장비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