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의 휴전 선언에 금융시장이 축포를 터뜨렸지만 이른바 신 경제 냉전이 전개될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것이 주요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물경기가 꺾이는 상황에 양국 정상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취했지만 지적재산권과 IT 기술 등 첨예하게 충돌을 일으킨 부분에 대한 해법을 90일 이내에 마련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 외신은 양국이 앞으로 3개월간의 휴전 뒤 무역 전면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무역 협상에 대한 시각이 회의적이다.
우선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시간 가량 회동을 가진 뒤 양국이 휴전 합의 도출을 공식 발표했지만 양측의 어휘에서 커다란 괴리가 포착됐다며 향후 협상이 험로가 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중국 정부 측의 발표문에서는 90일이라는 기간이 명시되지도 않았고, 중국의 미국산 재화 수입 확대 및 기존의 관세 폐지에 대한 발언이 상이하다는 것.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서 이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양국이 사용한 어휘의 커다란 차이는 짧은 회담이 진행되는 사이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며 “앞으로 협상 결과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과 IT 기술 유출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무역 협상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퀄컴과 NXP의 수십억 달러 규모 합병 협상이 재개될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IT 기술 유출 압박 및 국가 안보 문제가 실마리를 찾기 힘든 난제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는 IT 부문과 비관세 무역 갈등이 90일간의 협상에서 돌파구 마련을 좌절시킬 가능성을 제기한 한편 단기간에 해법 마련을 모색한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실상 양국의 무역전쟁은 미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시발점으로 본격화됐다.
유라시아 그룹의 마이클 허슨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마찰의 핵심은 미국의 국가 안보 문제”이라며 “여기에 차기 경제 패권과 지정학적 문제까지 맞물려 있어 단시일의 휴전을 통해 양국 정책자들이 관계 개선을 이룬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어디까지 양보할 것인지 하는 문제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받아 들일 것인지 여부에 따라 휴전이 조기 종료, 냉전 모드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석학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연구원은 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콧대를 낮출 만큼 미국 경제가 절박하지 않다”며 “90일 이후 보다 심각한 무역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향후 협상을 주도한 중국측 대표 류 허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는 앞으로 수 주일에 걸쳐 30여명의 정책자들과 함께 워싱턴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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