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136배인 맥주 시장도 수입 제품에 내줄 건가"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수제맥주 업계가 주류 종량세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침체기에 빠진 위스키 산업의 전철을 밟게 된다며 주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산업은 1970~80년대에는 위스키 국산화 정책과 함께 위스키 원액 공장을 짓고 개발하며 국내 제조부터 유통 및 수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주류수입 자유화에 따라 위스키 수입 관세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10년대에는 국내 위스키 회사가 오히려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여 역수입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수입제품에 오히려 관세가 낮게 책정돼 동일 출고가를 가정하면 국내 생산시보다 수입했을 때의 마진이 1.5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국내에서는 군납품을 제외한 모든 위스키는 100% 해외 수입되고 있다. 수입 주류에 대한 관세 인하 정책으로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상실한 것.
지난 몇 년간 맥주업계에서도 위스키 산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종가세 제도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과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어 수입제품에 관세가 낮게 책정됐던 위스키 시장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국내에서 맥주 시장은 위스키 시장 대비 약 136배 큰 시장으로,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2년 이후 단 6년 만에 수입맥주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이 6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수입맥주가 종가세의 빈틈을 파고들어 가파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올 여름에는 국산맥주가 수입맥주에 시장 점유율 20% 가량을 뺏기며, 6년간 5600여 개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주류업계는 추산한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종량세 전환으로 국내 맥주가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7500개의 일자리, 65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위스키의 전철을 밟지 않고 한국을 경쟁력 있는 맥주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서 하루 빨리 종량세 도입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맥주 [출처: 블룸버그통신] |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