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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세 전환②] "세계적 추세" vs "충분한 검토·논의 거쳐야"

기사입력 : 2018년10월22일 17:33

최종수정 : 2018년10월22일 17:53

소주·위스키 등 주종별 가격 변동, 소비자 혼란 우려
업계 "소주 가격인상 없을 것…일본 주세방식 토대 유력"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 정부가 전체 주류에 대해 종량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일부 업계와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맥주 뿐 아니라 전체 주류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소주·위스키 등 주종별 가격 변동이 생기고 이해관계가 나뉘면서 소비자 반발과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서민술 소주 가격 크게 오르나 '우려'

2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전면적인 종량세 도입으로 증류주까지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서민의 술'인 저가 희석식 소주의 가격이 크게 올라 주요 소비층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류시장에도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 기획재정부는 주류세 개편안 재검토에 나섰다. 기재부는 지난 7월 맥주에 종량세를 도입하자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체 주종에 종량세를 도입하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논의가 급진전을 이루고 있다.

현재 한국은 맥주·소주·탁주 등 전 주종에 종가세를 붙이고 있다. 종가세는 제조원가나 수입가 등 출고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를 말한다. 종량세는 용량이나 알코올 농도 등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붙이는 방식이다.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 [사진=뉴스핌]

맥주와 증류주류 등에 대해선 최고세율인 72%를 적용하고 포도주·약주 등 발효주에 30%, 탁주에 5% 등 세율을 나눠 부과하고 있다.

맥주업계에선 국내 종가세 부과 때문에 수입 맥주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해왔다. 수입맥주가 '4캔에 1만원'이 가능한 것도 수입원가 자체를 낮게 신고해 세금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전문가들도 국내 맥주 시장에 역차별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종량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세제개편 공청회에서 "맥주는 종량세로 가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세수확보 측면도 중요하지만 산업환경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며 "수입주류가 시장에 들어오고 FTA 방어막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주류에 이득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맞춰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에 그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가운데 모든 주류를 종가세 방식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칠레·멕시코 등 3개국이다. 30개국은 모든 주류를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종량세 도입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전 주종에 도입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 우세하다. 정철 교수는 "현재 변화하는 맥주 시장에 도입이 시급하기 때문에 원포인트로 맥주만 종량세로 시행해보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손질하면서 타 주류에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맥주만 놓고 보면 (종량세 도입이) 맞지만 현재 종량세 표준은 개별소비세제 전반과 관련되기 때문에 맥주에 도입할 경우 (세제)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면서 "개별소비세 전체에 대한 과세 체계를 어떻게 할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일본, 증류주엔 알콜 도수 단위당 세율 차등 적용

업계에선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주종별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89년 주류 과세방식을 종량세로 전환한 일본은 증류주인 위스키와 소주에 대해선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단위당 세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증류주류의 경우에도 증류소주와 위스키의 부과 방식에 차이를 뒀다. 증류소주는 알코올 21도 미만을 기준으로 20만엔, 1도 초과당 1만엔 가산으로 매기고 있다. 위스키는 알코올 35도 미만은 37만엔, 1도 초과당 1만엔을 부과한다.  

EU도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고도주·고세율, 저도주·저세율' 중심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산업을 고려해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소주 가격은 인상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우선 개선이 시급한 맥주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bom22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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