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반복되는 역사, 반성 없는 사회…연극 '텍사스 고모'

기사입력 : 2018년11월13일 15:04

최종수정 : 2018년11월13일 15:04

결혼 이주 여성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민낯
오는 2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한때 유행했던 단어 '헬조선'. 부조리한 사회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헬조선을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는 이민을, 누군가는 해외취업을, 누군가는 결혼을 택했다. 무엇 하나 쉬운 방법이 아니지만, 과거에는 결혼이 유일한 탈출구였을 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텍사스로 떠났던 고모는 왜 한국에 돌아왔을까.

연극 '텍사스 고모'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연극 '텍사스 고모'(연출 최용훈, 작가 윤미현)는 주한미군과 결혼을 통해 텍사스로 떠났던 여성과 환갑이 넘은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오게 된 키르기스스탄 여인을 주인공으로 이주 여성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그린다. 국립극단이 처음으로 지역 문화 기관과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2009년 원곡동이 전국 최초로 다문화 특별구역에 지정됐을 정도로 다문화와 근접한 안산문화재단의 공모 당선작을 무대화했다.

미국에서 비키니를 입고 집에 딸린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모닝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춘미'(박혜진). 미군을 따라가 텍사스로 오게 된 춘미는 '크리스티나'란 이름으로 로망과는 다른 옥수수밭에서 끝없는 노동에 시달린다. 자신을 데리고 온 미군은 보이지도 않고, 함께 일하던 멕시코 여성은 춘미에게 직언하며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자신이 미국에 온 목적이 허영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춘미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오빠와 조카에게 캔디와 말린 과일을 보내며 미국에 있는 척한다.

연극 '텍사스 고모'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충북 괴산에 살고 있는 춘미의 오빠(김용준)는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여성(윤안나)을 아내로 데리고 온다. 그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그녀를 꾀었고, 때문에 키르기스스탄 여성은 자신은 결혼이 아니라 '유학'온 것이라며 일도, 잠자리도 하지 않고 학교에 보내달라고 주장한다. 조카(주인영)에게 이 소식을 들은 춘미는 괴산으로 향하고, 자신과 닮은 키르기스스탄 여성을 조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춘미와 키르기스스탄 여성. 두 사람은 모두 "잘 살고 싶어서" 떠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것은 인간 대접도 못받고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잘 살고 싶어서 떠날 수 있었던 방법이 '결혼' 뿐이었던 이들에게 왜 사람들은, 사회는, 괴롭히고 차별하고 고통을 주는 걸까. 무엇보다 30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 피해자였던 과거를 떠올리지 못하고 가해자가 돼버린 현실이 적나라하다. "돌고 돌았는데 세상은 바뀌지도 않아"라고 좌절하는 춘미의 목소리가 더욱 아프다.

연극 '텍사스 고모'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이는 단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춘미의 오빠가 살고 있는 괴산에는 외국 여성을 아내로 데리고 오는 일이 흔하다. 결혼이주여성은 그저 노동력으로 치부될 뿐 인간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도 않는게 당연하다. 마을에는 떠난 엄마 때문에 외로워하는 혼혈아가 온기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조국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엄마가 사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일련의 모습들은 그동안 감춰왔던 혹은 우리가 무시하거나, 몰랐던 온갖 어두운 민낯이다.

어두운 내용이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직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린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라야만 했던 아이들은 흡사 애늙은이 같다. 아는 것도 많지만 알고도 모르는 척하거나 덤덤하게 체념하기도 한다. 아직 순수함이 남은 아이들의 꾸밈 없는 말, 반문들은 오히려 폐부를 깊숙히 찌른다. 어른들에겐 당연했던 일들이지만 의아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잘못된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물론, 이들의 귀여움이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종종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연극 '텍사스 고모'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헬조선을 넘어 이제는 '탈(脫)조선'을 외치고 있는 사회. 우리도 어디선가 춘미가 될 수 있고 키르기스스탄 여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이주여성,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외면해서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극 '텍사스 고모'는 오는 25일까지 국립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LH, 올 매입·전세임대 9만가구 공급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총 19만가구 이상의 공공주택과 2만8000가구 규모 공공택지 공급에 나선다. 또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21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재원조달 방식 등을 다양화해 재무여건 체질을 개선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21만 8000+α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에 나선다. 사진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서계동 복합문화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핵심 업무인 주택 공급에 집중한다. 10만가구 사업승인과 매입·전세임대 9만가구 등 총 19만가구 이상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동시에 민간 주택건설 활성화를 위해 2만80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조성한다. 주택 착공물량은 지난해(5만가구) 대비 20% 증가한 6만가구를 추진하고 지난해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서울서리풀 등 5만가구 규모의 사업지구 역시 인허가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공급과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신축매입임대 5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해 피해 주택 7500가구를 매입한다. 올해 주택 승인물량의 37%를 청년·신혼·고령자에게 공급하고 출산가구 우선공급(통합공임)과 실버스테이 등 새로운 유형의 시니어 주택을 통해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쪽방·고시원·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상향 지원을 지속하고 예술인 등 다양한 수요층에 부응한 특화형 매입임대도 확대한다. 공공주택은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을 보장한다. 무엇보다 최근 급등한 주택 분양가격을 낮춰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 이를 위해 사업지구별 목표 원가를 설정해 관리와 검증을 강화하고 가처분면적 확대와 사업일정 단축으로 조성원가를 인하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주도의 기술개발을 통해 민간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듈러주택 표준평면 개발 등 OSC 공법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LH가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설계기준과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시험시설(데시벨35랩)을 활용해 주택 품질 혁신을 추진한다. 관련 예산은 조기 집행한다. 전체 공공기관 투자계획(66조원)의 33% 수준인 21조6000억원을 차질 없이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57%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 지역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하고 1기 신도시 특별정비계획 수립,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등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손실 최소화 등 재무여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원조달 방식도 개선한다. 광명시흥 등 대규모 사업지구에 LH와 기금이 함께 출자하는 신도시 리츠를 설립해 사업에 따른 재무부담을 완화한다. 또 토지 패키지형 공모 등 지구별 특성과 시장 여건에 맞춘 다양한 매각 방식을 도입해 판매여건 개선과 대금 회수를 촉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임금 직접지급 관리를 강화하고 설게 등 공모에 참여하는 외부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을 축소해 업체 선정의 공정성을 제고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올해도 신속한 주택공급과 투자집행 등 LH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선도적인 공적 역할을 통해 확실한 정책성과를 창출하여 국민 주거안정을 지원하고 국가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2025-02-23 20:07
사진
헌법재판관들 "공정" 49.3% "불공정" 44.9%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공정하다' 49.3%, '공정하지 않다' 44.9%로 팽팽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ARS(자동응답 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49.3%가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불공정하다'는 답변은 44.9%로 오차범위 내였다. 5.8%는 '잘모름'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40·50대는 '공정'이 우세했고, 만18세~29세·60대·70대 이상은 '불공정' 응답이 많았다. 만18세~29세는 공정하다 44.7%, 불공정하다 47.8%, 잘모름은 7.5%였다. 30대는 공정하다 52.2%, 불공정하다 40.4%, 잘모름 7.3%였다. 40대는 공정하다 61.3%, 불공정하다 34.8%, 잘모름 3.9%였다. 50대는 공정하다 61.3%, 불공정하다 35.2%, 잘모름 3.6%였다. 60대는 공정하다 40.7%, 불공정하다 53.8%, 잘모름 5.5%였다. 70대 이상은 공정하다 31.6%, 불공정하다 60.4%, 잘모름은 8.0%였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인천, 광주·전남·전북은 '공정'으로 기울었다. 대전·충청·세종과 강원·제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은 '불공정'하다고 봤다. 서울은 공정하다 52.9%, 불공정하다 41.5%, 잘모름 5.6%였다. 경기·인천은 공정하다 50.8%, 불공정하다 44.0%, 잘모름 5.1%였다. 대전·충청·세종은 공정하다 41.8%, 불공정하다 50.7%, 잘모름은 7.4%였다. 강원·제주는 공정하다 44.6%, 불공정하다 48.6%, 잘모름 6.8%였다. 부산·울산·경남은 공정하다 43.8%, 불공정하다 49.3%, 잘모름 6.9%였다. 대구·경북은 공정하다 37.7%, 불공정하다 56.4%, 잘모름은 5.9%였다. 광주·전남·전북은 공정하다 28.2%, 불공정하다 67.6%, 잘모름 4.2%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88.7%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90.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84.4%가 공정하다고 봤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공정하다 48.0%, 불공정하다 46.9%로 팽팽했다. 진보당 지지자들은 59.5%가 공정하다, 잘모름 27.0%, 불공정하다는 13.5%였다. 무당층은 51.8%가 공정하다, 32.9%는 불공정하다. 잘모름은 15.3%였다. 성별로는 남성 53.6%는 공정하다, 42.1%는 불공정하다였다. 여성은 45.1%가 공정하다, 47.7%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사회의 마지막 성역이었던 헌법재판관의 양심까지도 공격하는 시대"라며 "대통령 탄핵 인용 또는 기각 이후 다음 정권에도 이러한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지지층에 따라 서로 상반된 입장이 나오고 있어 향후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과 인용중 어떠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를 활용한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0 11: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