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불확실성 증폭, 세계 경제에 악영향
주변국 동원한 중국압박 고립정책 효과 없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예전 미소 냉전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중국이 소련처럼 무너질 일은 없다.”
정융녠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 SNS 샤커다오(俠客島)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인 비난과 무역전쟁 심화가 중국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려우며, 주변국들도 무역전쟁이 지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융녠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사진=바이두] |
◆ 중국은 미국 정치에 관심 없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중국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악의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중국이 ‘기술의 대규모 절도’를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계속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펜스의 중국 비난 연설은 중국 내에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정융녠 소장은 먼저 펜스의 발언이 사실 특별할 것이 없으며, 예전부터 미국에서 나오던 비난들을 합쳐놓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가진 감정(불만)을 펜스의 연설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펜스의 발언을 분석하며 “무역전쟁의 핵심은 무역이 아닌 패권다툼”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정 소장은 “무역 역시 권력의 하나”라며 미중 대립의 핵심은 경제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력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에 크게 뒤쳐지며, 정치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대립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 중국과 예전 소련은 달라, 무역전은 신냉전 아냐
정 소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신(新) 냉전으로 확대해석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벌일 당시 양국은 경제교류 없이 군사 경쟁을 이어갔다”며 “그러나 중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다양하게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소련은 상황이 다르며, 소련처럼 무너질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는 9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341억 달러에 달해 8월에 이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정 소장은 이를 언급하며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피해가 예상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전 미소 냉전 시기와 달리, 지금은 글로벌화가 발전함에 따라 전 세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국가는 중국 외에도 많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으로 야기되는 불확실성은 결국 세계 경제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또한 “8월 미국의 대두 수출 물량 10억달러가 줄었다”며 “실물경제가 둔화되면 미국 자본시장의 충격도 더욱 커질 수 있고, 해외 자본의 미국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전했다.
[캡쳐=바이두] |
◆ 주변국 동원한 미국의 중국 위협, 버틸 수 있어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통해 비(非)시장 경제(NME) 국가와의 무역 협정 체결을 제한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샤커다오는 다른 국가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국 편에 선다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소장은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갖고 있고 40년간 개혁개방을 추진해 왔다. 자본가들 역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일부 국가들이 미국 편에 선다고 해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 군함이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가기도 했고, 미국이 군사훈련을 강화해 중국을 위협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 소장은 중국이 ‘소련 함정’에만 빠지지 않으면 된다면서, 군사적으로 미국과 대립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소련이 냉전에서 패배한 것은 군사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경제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며, 경제력만 잘 지키면 중국이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무역분쟁이 군사분쟁으로 심화된다면 이는 전 세계에 큰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군사분쟁은 무역분쟁과 달리 제로섬 게임”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정 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인당 GDP, 기술 수준, 시장 환경 등의 격차가 여전히 크며 그렇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기회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지도자간에 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통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