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의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세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속도의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몇몇은 달러 강세와 통화 가치 하락으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중 다수는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IMF가 최근 발행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IMF는 "심각하게 불리한" 시나리오에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신흥국 자본이 밖으로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주 연설에서 신흥 시장에 대한 압력은 "시장 조정, 급격한 환율 변동, 그리고 자본 흐름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8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파키스탄의 IMF 구제금융 요청은 2013년 9월 4일 나와즈 샤리프 당시 총리가 66억달러 규모의 3년짜리 구제금융을 요청한 이후 13번째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 형편이 나아졌던 파키스탄은 지난해 유가 상승과 경제 성장이 수입 수요를 증가시켰고, 현재 경상과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이다. 올해 외환보유액은 40% 급감해 약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는 페소화가 폭락하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500억달러의 구제금융 패키지 중 150억달러를 받은 아르헨티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지난 9월 말, 3년에 걸쳐 570억달러를 지원 받는 데 합의했다.
터키는 엄청난 통화 하락에 직면했다. 세 나라 모두 각기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미 달러 강세에 불어닥친 통화 약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인상을 부추긴 탓에 유출된 신흥국 자본 일부는 미국으로 흘러 들어왔다.
최근 몇년간 신흥 시장은 상당한 투자 흐름을 끌어와 자산 가격이 오르고 기업들의 고용하고 확장할 자금이 더 많아짐에 따라 그들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IMF의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반전될 수 있으며 자본 유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6%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세계 금융 위기 때 목격된 유출과 같은 수준"일 것이라고 금융안정보고서는 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은 특히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국가 및 기업 채무자들의 경우 신흥 시장의 경제 성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 시나리오에 따른 예상 유출은 예를 들어 2011년 4분기에 유럽 국가 채무 위기의 최고점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지만 취약점이 높다고 IMF는 진단했다. IMF는 5년 전만 해도 25%에 불과했던 저소득 국가의 높은 부채난 위험 혹은 이미 경험 중인 부채난이 현재는 45%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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