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커 스토리] 왕미화 신한은행 일산본부장
'쉬어로즈(She+Heroes)' 된 女행원 롤모델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왕미화(53) 신한은행 일산본부장은 이 은행의 첫 여성 PB팀장이다. 지난 2003년 강남PB센터에서 팀장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4명의 PB팀장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에게 신규 고객이 찾아오지 않았다. 남성 PB가 왠지 더 진중해 보이고 신뢰가 간다는 선입견에 가로막힌 것. 특히 고액자산가들이 더욱 심했다.
반전은 3년 만에 일어났다. 어지간한 지점의 자산운용 규모와 맞먹는 2000억원을 혼자 굴리는 최우수 PB로 변신했다. 연평균 50~60%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린 결과였다.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왕미화 신한은행 일산영업본부장 2018.04.23 leehs@newspim.com |
◆ "남들과 다르게"…차별화로 승부수
왕 본부장은 "남들과 다르게"를 꼽았다. 다른 은행원들과 달리 새로운 무기를 갖추려고 애쓴 게 비결이다. 자산관리 영업을 특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마산지점에서 4급 책임자에 오른 1995년 그는 프리미엄 창구를 따로 만들었다. 지방이지만 자산관리 수요가 있다고 본 것. 이 실험은 성공했다.
"당시 지점장이 '왕미화 대리를 책임자로 보는 것이지 여성 책임자로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주셨죠. 그때부터 개인대출, 자산관리 등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했습니다. 마산에서 고객들이 전화로 자산관리를 문의하면 직접 집으로 찾아가 몇 시간이고 상담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죠."
PB팀장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예금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를 하지만 왕 본부장은 여신 고객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고객은 세무나 증여 등 부가적인 업무가 많지만 미래 고객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했다. 2017년 신한은행에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신설됐을 때 가장 먼저 자문계약을 한 것도 왕 본부장이다.
고객 관리도 남달랐다. 우수한 PB를 넘어 문제 해결사로 승부했다. 소유자산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보다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01년 소개로 알게 된 재일교포 고객이 있었습니다. 국내에 부동산이 있는데 지인도 없고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었죠. 당시 세무사도 소개해 주고 다방면으로 부동산 매매 솔루션을 제공했어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한국에 사는 딸의 자산관리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 갤포스부터 쉬어로즈까지…'왕언니 리더십'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왕미화 신한은행 일산영업본부장 2018.04.23 leehs@newspim.com |
왕 본부장은 영업뿐만 아니라 리더십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왕언니'로서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엔 1982년부터 여직원 조직인 '갤포스(Gal Force)'가 있습니다. 여성에게 신한은행의 문화를 만들고 전파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남성 중심 조직문화에 신선한 바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여성 리더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진행하는 '쉬어로즈(She+Heroes)'가 그것이다. 여성 관리자의 고충을 나누며 멘토링을 하고 있다.
"오로지 남자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편협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후배들이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승부하면서 균형적인 감각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리더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PB센터장으로 관리자가 됐을 때 남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고향 방문이다. 문경, 남해, 제주도에 이르기까기 분기에 한 번 직원들의 고향을 찾았다. 자라온 환경을 공유하며 직원들과 공감대를 만들었다. 직원들의 특장점을 살려 밀어줄 땐 밀어주고, 기다림이 필요할 때는 믿음을 보여줬다.
올해 일산본부장을 맡은 후에도 마찬가지로 남다름을 찾고 있다. 산업단지가 있는 인천과 김포, 베드타운 위주의 일산 등 지역별 특징을 살려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yrchoi@newspim.com